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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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위대함 가슴으로 느끼고 겸손해져

2014-08-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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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문의 미동부산악스키연맹 해외 원정기

야생화.아담한 집들 그림엽서 같은 풍경 아름다워
푸른하늘아래 만년설 이고 솟아있는 알라린호른

어떠한 여행이던 여행을 떠나기 전의 그 설레임이란...더욱이 그 목적지가 알프스의 산들임에랴!

평시에 산을 좋아하여 매 주 산에 오르는 미동부 산악스키연맹 회원 25명이 지난 6월 26일 결단식을 갖고 7월 11일 스위스를 향해 떠났다. 7시간의 야간 비행을 마치고 제네바에 도착한 시간은 이튿날 아침 8시 30분. 이때부터 김정섭 회장님의 80년 연륜, 산악인으로 다져진 지혜와 그 간 9회에 걸친 알프스 원정 등반대 경험의 know how가 여행 일정의 모든 과정 과정을 빛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예정대로5대의 렌터카에 나누어 타고 첫 목적지인 샤모니(Chamonix 1,030m)로 향했다.
호텔로 가는 길, 온통 초록의 풀밭과 꽃으로 장식된 아담한 집들, 윤기 나는 옥수수 잎새들, 노오랗게 펼쳐진 해바라기 밭 등의 여유로운 풍경에 “아 예쁘다”라는 감탄사가 계속 이어졌고 몇 시간의 운전 후 드디어 프랑스 샤모니에 도착했다.


그러나 우리의 부풀은 마음을 몰라주는 듯 날씨는 잔뜩 찌푸리고 빗발이 뿌렸다 그쳤다하는데, 간단한 점심 후 그래도 혹시 정상에서는 날이 개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 4,808m)을 보기위해 에기유뒤미디(Aiguille du Midi 3,842m)까지 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올라가는 도중 계속 짙은 운무가 시야를 가리고, 희다 못해 푸른빛이 든 거대한 얼음 바위와 그 사이의 공간(크레파스라고 함)을 잠간 본 것 외에는 정상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안타까운 마음을 접고 고산증에 시달리는 몸을 가누며 그대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저녁 식사 후 작은 강이 중간에 흐르고 있고, 어느 곳에든지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산책한 후 잠자리에 들었는데 갑자기 애국가가 울려 퍼져 잠시 어리둥절, 알고 보니 호텔 앞 광장에서 모형 암벽타기 대회를 하루 종일 했는데 결승전에서 한국 분이 우승을 했다고, 반갑고도 자랑스러웠다.

이튿날인 7월 13일 아침 역시 약간 비가 뿌리는 가운데 마을 성당을 둘러본 후 11시쯤 5대의 차가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중간에 쉴 만한 곳을 찾아 커피를 끓이고 미리 주문해 온 점심을 먹은 후 계속 차를 달려 Saas-Fee에 도착, 짐을 풀고 오후 시간 동네를 산책했다. 해발 1,800m에 위치한 이 도시는 등산전차가 없어 일반 관광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고 하는데 4,000m가 넘는 고봉들이 반원형으로 둘러있어 알프스에서 제일가는 빙하의 마을이라고 한다.

소떼가 목에 단 방울을 쩔렁 쩔렁 울리며 거니는 모습이 한가롭고, 작은 야생화들이 색깔도, 모양도 서로 다르면서 또 하나로 조화를 이루는 넓은 풀밭, 산자락 밑에 여유 있게 자리 잡은 아름다운 집들이 하나로 어울려 어느 곳을 찍어도 그대로 그림 엽서였다. 저녁 후 깊이를 알 수 없는 계곡 아래로 세차게 흐르는 강줄기까지 내려가는 길이 있어 따라갔으나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돌아왔고 달빛에 빛나는 설산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을 끌었다.

7월 14일 (월)
아침 식사 후 방한복을 단단히 준비하고 케이블카를 탔다. 여전히 구름 낀 날씨를 따라 우리의 얼굴도 흐렸지만 회장님은 구름 위에는 맑은 날씨일 것이라고 단언하셨다.

펠스킨에 도착(3,000m)해서 다시 땅 속 굴을 파서 만든 지하 케이블카로 바꿔 타고 미텔 알라린(Mittel Allalin 3,456m)에 도착한 순간부터 우리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틀 동안이나 그렇게 고대했던 푸른 하늘!!! 그 아래 만년설을 이고 희게 솟아있는 4,027m의 알라린호른(Allalin horn)과 이어지는 다른 고봉들, 사이사이의 빙하, 그 웅장하고도 경이스러운 모습에 눈이 부셨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이곳은 알프스 최대의 여름 스키장으로 각 국의 국가 대표 선수들이 훈련 차 모여드는 곳이라고 한다.

고산증으로 빨리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이 곳 저 곳을 돌아보고 사진도 찍고 한 후, 한 시간에 한 바퀴를 돌면서 주위 일대를 다 볼 수 있게 만든 지상 최고 높이의 회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잠시 바람을 쐬러 밖에 나왔을 때는 눈발이 날려서 태고로 돌아간 듯 아득한 고원의 분위기에 잠기기도 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목장과 야생화들이 피어있는 넓은 풀밭을 지나왔는데 너무나 앙증맞고 색깔도 모양도 다른 가지각색의 꽃들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진을 찍느라 먼저 내려가 열쇠를 기다리던 룸메이트에게 살짝 눈총을 받은 회원도 있었다.


우리가 묵은 호텔 주인은 우리 회장님과 오랫동안 절친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날 저녁 우리를 위해 아주 특이한 순서를 마련해 주었다. 네 분의 듬직한 아저씨들이 스위스 국기의 색갈인 흰 웃옷과 빨간 모자를 쓰고 대형 소 방울을 양쪽 어깨에 메고 쩔렁이며 정원에 내려와서는 스위스 고유의 악기 알프혼 등을 연주해주었을 뿐 아니라 저녁 식사 후에도 알프혼 불기 대회와 종 연주 등으로 스위스의 문화와 음식을 맛보는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7월 15일 (화)
아침 식사 후 Saas-Fee를 떠나 1시간 정도 운전, Tasch에 도착, 차를 주차하고 작은 버스로 Zermartt에 도착했다. 점심으로 송아지 고기 소시지를 산 후 등산 전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3,089m)로 가는데, 오르는 도중부터 푸른 하늘에 삼각형 모양으로 우뚝 솟은 마테호른(Matterhorn 4,478m)의 웅장한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종점에 도착, 아! 그저 탄성을 지를 수밖에... 회장님이 매일 강조하시듯, 내일은 더 기가 막혀, 상상을 초월해, 그 말씀 그대로였다. 자연의 위대함을 가슴으로 느끼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그런 마음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설산들과 빙하를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하다가 오후 1시 반쯤 마테호른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등산루트로 하산했다. 도중 맛있는 커피도 끓여 마시면서 특이하고도 아름답게 피어있는 고산화들과 마테호른을 비취고 있는 작은 호수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며 산을 내려왔다.

7월 16일 (수)
아침 식사 후, 땅 속 굴을 파서 만든 지하 고속 등산 전차 편으로 해발 2,293m에 위치한 수네가(Sunnegga)에 도착, 라이제(Leisee)호수를 경유하고 약 1시간40분 동안 산록의 푸른 목장 지대(겨울에는 스키장)와 통나무집들이 있는 산간 마을을 지나 내려오는 하이킹 코스를 탔다.

산자락을 온통 뒤덮고 있는 고산화들 사이로 나있는 작은 오솔길을 내려오는데 바람에 하늘거리는 아기자기한 꽃들, 그냥 하양이나 빨강, 그렇게 표현할 수 없는 특이한 색깔들, 연한 미색, 짙은 남색, 꽃자주색 등등 하나하나가 아주 독특한 색깔과 모양이면서도 튀거나 요란함이 없이 그렇게 서로 어우러져 어디나 한 폭의 그림 이었다.

하늘로 치솟은 설봉들의 웅장함과는 또 다른 어머니의 품과 같은 부드러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어서 이때만은 누구나가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되어보지 않았을까? 그 곳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작년 회원의 마음에 동감했다. 산 중턱의 작은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계속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내려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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