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몸집 커진 밀알, 돈 위해 신앙 포기 없을 것”

2014-08-07 (목)
크게 작게

▶ ■ 미주밀알 총단장 이영선 목사 취임

▶ 정부 지원 받으려 종교색 없애는 곳 속출, 재정 쪼달려도 기독교 정체성 지켜 나가야, 진정한 평안은 주님과 연결되어야만 가능

“몸집 커진 밀알, 돈 위해 신앙 포기 없을 것”

이영선 목사(맨 왼쪽)가 미주밀알 총단장에 취임하면서 각 지역별 단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뒤 제자들에게 건넨 첫 마디가 ‘평안하라’는 것이었다. 평화와 안정은 일상을 살아가는 인생에 가장 기본적인 근간을 이룬다. 평안이 깨지는 순간 돈도, 건강도, 가정도, 신앙도 흔들린다.

지난 15년 동안 남가주밀알선교단을 이끌어 온 이영선 목사가 미주 전역의 밀알사역을 책임지게 됐다. 취임 감사예배는 지난달 25일 감사한인교회에서 열렸다. 밀알선교단 창단 3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남가주밀알 이사장으로 헌신하던 감사한인교회 김영길 담임목사도 미주밀알 이사장에 취임했다. 남가주밀알 이사장은 남성수 오렌지카운티 한인교회 담임목사가 맡았다.


이영선 미주 밀알 총단장은 7년 전 인터뷰할 때 ‘평안’이라는 단어를 소중하게 마음에 품고 있다고 말했다. 평안을 뜻하는 단어로 히브리어 ‘샬롬’을 자주 말한다. 그러나 이 목사는 헬라어 ‘에이레네’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에이레네’는 ‘결합한다’는 동사에서 파생된 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님과 연결돼야 비로소 진정으로 평안할 수 있고, 세상이 못 주는 안식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였다.

과연 일곱 해가 지나 미주 전 지역 밀알선교단의 리더로 성장한 그에게 평안이 있는가. 모든 사람에게 완전한 평화와 안정이란 없다. 어차피 하나님의 영역일 뿐이다. 그래도 이 목사의 눈빛에는 평강이 넘쳐 났다. 상대방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이전보다 한층 무겁고 깊은 평안이었다.

미주 총단장에 이른 이 목사의 가장 큰 고민은 밀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바로 돈과의 싸움이다. 장애인 선교단체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커졌지만 재정을 마련하는 숙제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초기에 재정적 어려움이 적었습니다. 지금은 교회의 후원을 얻기 훨씬 어려워졌어요. 많은 선교단체들이 맞닥뜨리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덩치가 커지면서 신앙적 정체성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정부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들이고 비종교적인 조직으로 나갈 것인지, 기로에 서게 되죠.”

이 목사는 발달장애인이 빠르게 늘고 있어 이미 인구의 1%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장애 판정기준이 확대된 탓도 있지만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환경공해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장애사역에 들어갈 예산도 더 필요하게 되지만 정부나 일부 후원단체들은 종교적 색채를 없애도록 요구하고 있다. 연방 정부나 지방 정부 그랜트를 지원받을 경우 당장 십자가를 떼어야 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은 꿈도 못 꾸게 된다.


주류 교회가 운영하는 각종 복지시설도 상당수 이미 신앙적 근거를 포기했다. 사역이 확장되면서 예산은 쪼들리고 결국 기독교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탄탄하게 자리 잡고, 널리 알려지고, 인력도 보강됐지만 오히려 기독교적 핵심은 도전을 받고 있다.

“교회의 지원이 크게 감소한 게 아무래도 심각한 타격이죠. 재정상황이 어려워진 교회가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성장세 자체도 예전 같지 않고요. 다음 세대가 문제예요. 돈 때문에 본질이 흔들릴까 우려되는 거죠.”

교회의 빈자리는 1.5세와 2세가 채우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비즈니스 이름으로 이들이 내놓는 헌금이 새로운 힘이다.

그러나 진짜 저력은 신앙에서 나온다. 밀알은 2년 전부터 수련회 캠프에서 세족식과 성찬식을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 봉사자들이 장애친구의 발을 씻어준다. 발달장애 학생에게도 원하는 대로 성찬을 베푼다.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이 목사가 밀어붙였다.

“장애 학생보다 봉사자들이 감동을 받습니다.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었는데 은혜의 열매가 풍성합니다. 캠프에 봉사하려 참여한 자녀의 변화를 보고 스스로 후원에 나서는 부모가 많아요. 성령님의 사랑이 전달되고 실제로 살아 있는 파워가 되는 거죠.”

이 목사는 남가주 밀알의 경우 외형적 규모는 한국과 미국을 망라해 가장 클 정도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별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깊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원한 과제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walkingwithj@gmail.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