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가주의 날벼락

2014-08-0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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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들을 무섭게 한 자연 현상 가운데도 예고 없이 내리 꽂는 섬광과 함께 굉음을 동반하는 번개와 천둥은 경이와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던 그들은 이를 “하늘이 노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죽는 사람은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이것이 자연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는데도 아직 우리말에 “벼락 맞아 죽을 놈” 같은 표현이 남아 있다.

벼락은 고온 다습한 곳에서 자주 일어난다. 그래야 수증기가 많아져 구름이 형성되고 대기 속을 관통해 전류가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있다. 바로 플로리다다. 지난 50년간 이곳에서는 468명이 벼락에 맞아 죽었는데 미국 다른 주 전부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가주는 같은 기간 31명이 죽었는데 최저 수준이다.

벼락에 맞아 죽은 사람들의 특징은 거의 야외 활동을 하다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낚시가 11%로 제일 많고 보트 타기와 수영 등 물놀이가 그 다음이다. 골프는 3%로 의외로 적다. 벼락 칠 때 물가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준다.


벼락 맞아 죽은 사람의 82%가 남성인 것도 특이하다. 관계자들은 남성들이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데다 벼락이 쳐도 용감한 척 하느라 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잘 피하려 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남성 가운데도 10대와 20대 사망자가 많고 주말에 많이 죽는다.

지난 27일 베니스 비치에서 수영을 하다 벼락에 맞아 사망한 남성도 이런 패턴에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 이 날 이 일대에 천둥과 번개가 있을 거란 예보가 있었음에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물에 들어갔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하기야 남가주에서 벼락에 맞아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 후 1주일 만에 이번에는 마운트 볼디 인근에서 한인 남성이 갑자기 내린 폭우에 자신이 타고 있던 차가 휩쓸려 내려가며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지역에는 최고 시간당 4인치(100mm)의 비가 왔다는데 이런 비는 한국 장마 때도 보기 힘들다. 100년만의 가뭄에 시달리는 남가주에서, 그것도 8월에 폭우가 내려 이런 참변이 발생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기상청은 이것이 5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번 번개도, 이번 폭우도 멕시코 연안의 바닷물 온도가 이상 고온 현상을 보이며 일어난 것이다. 대개는 멕시코 만 일대에서 발생한 무덥고 습한 공기를 남가주 산들이 막아주는데 이번에는 그 세력이 워낙 강해 남가주 일대까지 밀려든 것이다. 그 때문에 남가주 주민들은 오랜만에 한국 여름 같이 끈적끈적한 공기를 경험해야 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될지 이번 한 번으로 끝난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아무래도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명에 간 두 사람의 명복을 빌며 바뀌는 기후에도 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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