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07-31 (목) 12:00:00
오늘 아침
너무 명백했어.
머리와 가슴으로 그처럼
확신에 찬 적이 없었지.
세상엔 오직 신만이 계시다는 것,
저 위대한 대자연,
신.
하지만 대체 어쩐 일인지
나는 저 지고한 전멸의 깨달음에서
쫓겨나버렸지.
그리고 다시 등장한 거야.
와인 자국으로 얼룩진
말하는
넝마로.
- Hafiz (1325-1389) ‘말하는 넝마’ 전문
신비주의 시인, 하피즈는 어느 날 아침 환상 속에서 신과의 합일을 체험한다. 그러나 그 환상은 잠깐, 깨어나니 자신의 모습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넝마를 걸치고 삶이라는 무대에 팽개쳐져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이다. 신의 품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하고 천진하게 묻는 화자의 모습이 유머 스럽다. 지고의 신성에 대비되는 실존으로서의 넝마. 환상이 사라진 곳에서 그는 또 다른 재미있는 신을 만나고 있는 것 같다.
- 임혜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