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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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바람이 스쳐도 아프다

2014-07-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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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호

몇 주 전 북한의 김정은이 시찰을 나가는 영상에서 발을 절뚝거리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보이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그 이유를 추측하기 위해 뉴스의 상당 분량을 할애하는 것을 보았다. 일반적인 외상부터 낙마, 키높이 구두의 부작용 등이 원인으로 제기된 가운데 통풍 또한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통풍(痛風). 몇 년 전 통풍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있어 프레젠테이션 첫 장에 한자로 띄워놓고 그 뜻을 설명하자 각국의 의사들의 적극 동의했던 경험이 있다.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통풍이라 이름 붙여진 이 질환은 예전에는 ‘황제의 병’ 또는 ‘귀족의 병’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환자의 식습관 그리고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한 동표들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 지도자라는 사람은 소위 “황제의 병”을 앓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과거와는 식생활이 현저히 달라진 요즘, 사실 통풍은 더 이상 황제나 귀족의 병이 아니다. 육류과 유가공 식품 섭취의 증가, 맥주나 와인 등을 즐기는 식습관으로 인해 우리 인체의 요산 수치가 증가하여 관절 주위의 힘줄과 인대 및 주위 조직에 요산일나트륨 결정이 생성되면 통풍이라는 대사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요산일나트륨 결정은 바늘 모양으로 굉장히 날카로워서 조직을 파괴하고 신경을 자극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 시킨다. 이 요산일나트륨 결정이 중족지절관절과 그 주위에 생성되면 통증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걷기가 힘들 정도다. 이러한 통증은 급작스럽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한밤중에 격렬한 통증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일도 잦다.

그러나 식습관 변경으로 요산 수치를 낮춘다고 해서 반드시 통풍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산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단순히 요산이 많이 생성되기 때문만이 아니라 요산을 몸 밖으로 잘 배출 시키지 못해서인 경우가 더 많다. 요산은 단백질 등이 소화되는 과정의 마지막에 나오는 물질로, 신장 기능저하 등의 여러 이유로 인하여 배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몸속의 요산 수치가 높아지고 통풍이 발병하게 된다.

통풍이 의심되면 우선 피검사를 통해 요산 수치를 검사하는데, 임상적인 경험으로 보았을 때 분명히 통풍을 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검사 결과로는 절반에 못 미치는 환자만이 이상 수치를 보인다. 무려 60% 이상의 환자의 요산 수치가 정상인데도 통풍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겠으나 요산 수치가 정상치 이하인 경우에도 요산일나트륨 결정이 생성되어 통풍을 일으키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고 할 수 있다.

통풍을 확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관절에 주사기를 삽입하여 추출한 내용물에서 바늘 모양의 요산일나트륨 결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만성 통풍의 경우 엑스레이에서 관절과 뼈가 늘어나거나 줄어들어 보이는 ‘마텔 사인’이 관찰되거나 때로 큰 요산일나트륨 또는 칼슘 덩어리가 보이기도 한다.

급성 발작으로 내원한 환자에게는 우선 주사기를 통해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를 통증 관절에 직접 주입하고 통증과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약을 처방한다. 재발을 막기 위한 것으로는 요산의 생성을 막는 약물과 소변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방해해서 요산의 배출을 돕는 약 등을 처방한다.

심한 만성 환자의 경우 관절에 있는 요산일나트륨 결정 덩어리가 커져서 발의 변형을 일으키거나 신발을 신지 못하기도 한다. 만성 환자는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임상 경험상 수술 후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 아니므로 수술을 결정하기 전 다양한 검사를 해보고 의사와 심도 있는 상의를 하는 것이 좋다.

통풍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과다한 육류 섭취나 알코올음료를 자제하는 등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전문 의료진의 진료를 주기적으로 받아 예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ryanchangdp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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