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여사가 ‘휘트니 스튜디오 클럽’공간 열고
젊고 가능성 있는 작가 적극 후원
1932년부터 개최한 ‘휘트니 비엔날레’이후
20세기 현대 미국 미술의 중심지 급부상
75번가 매디슨 애비뉴에 자리한 기하학적인 회색 건물은 일대의 중심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멀리서보면 그저 접근하기 힘든 요새처럼 보이는 기묘한 디자인의 건물. 구겐하임 미술관, 뉴 뮤지엄과 함께 이색적인 미술관 건축물로 첫손에 꼽히는 이곳이 ‘미국 미술의 전당’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이다.
■젊은 미국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다
휘트니 미술관의 설립자는 ‘미국의 철도왕’ 코넬리우스 밴더빌트의 증손녀인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 여사다. 1900년대 초 유럽을 방문해 현대 미술에 눈을 뜬 그녀가 미국으로 돌아온 뒤 미술관을 개관했다. 1918년 ‘휘트니 스튜디오 클럽’이라는 공간을 열어 젊고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적극 후원했다. 에드워드 호퍼, 스튜어트 데이비스, 레지널 마쉬 등이 이곳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미국에는 자국 예술이 거의 존재감을 얻지 못했다. 각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역시 하나 같이 유럽 거장들의 작품뿐. 게다가 유럽 미술관에서 임대해온 걸작들을 따로 기획해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스튜디오 클럽을 통해 미국의 젊은 예술가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구나 입회 가능한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야심에 찬 작가들이 대거 몰려 오픈한지 불과 10년만에 40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가입했다.
■20세기 현대 미국 미술의 중심지로 부상
이후 자국 미술을 후원하려는 미국 기업들의 지원으로 기부금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소장품이 1만점을 넘어섰고, 1932년부터 개최한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를 계기로 ‘20세기 현대 미국 미술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휘트니 미술관은 남들보다 일찍 미디어나 설치 미술에 관심을 가진 것은 물론,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미술을 소구해 나갔다. 이와 함께 이곳의 팝아트 컬렉션은 모마(MoMA)와 쌍벽을 이룰 만큼 뛰어나다고 알려진다.
그동안 미국 미술이 갖는 매력을 널리 전파시켜온 이곳은 관람객들에게 유럽의 고고한 예술 동향과 구분되는 독자성을 각인시켰다. 1만9,000점에 이르는 컬렉션에는 20세기 초부터 2차대전 이후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컨템포러리 아트의 기수’로 평가받는 제프 쿤즈(Jeff Koons)의 대대적인 회고전이 열려 전세계 아트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 건물을 떠나 맨하탄 다운타운에 새둥지를 트는 위트니 뮤지엄의 마지막 전시회다. 전시는 오는 10월 19일까지며 휘트니 뮤지엄은 2015년 봄에 새건물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