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07-15 (화) 12:00:00
저녁 찬거리로 청어를 샀습니다
등줄기가 하도 시퍼래서
하늘을 도려낸 것도 같았습니다.
철벅철벅 물소리도 싱싱합니다
정약전은 어보에 무어라고 적었던가요
청어를 앞에 놓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르긴 해도 누운 자세가
그대로 눈빛 고운 수평선이란 말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문득 그 위 하늘에 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미 청어가 되어 헤엄쳐 간 정약전 같은 사람들,
잠시 생각하는 동안만큼 저녁이 늦어지겠지요.
그래서 하늘에 푸른 물소리로 먼저 등불을 켭니다
바다가 헤엄쳐 내 집에 와 있습니다.
- 김윤식 (1947- ) ‘청어의 저녁’ 전문
신유박해로 흑산도에 유배되었던 당시 정약종이 쓴 자산어보에는 수산동식물의 형태, 분포, 습성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청어를 보며 화자는 싱싱한 바다를 연상하고 귀양살이 중에도 후세에 길이 남을 서책을 쓰신 귀한 선인을 생각한다. 서울로 돌아오지 못하고 유배지에서 생을 마친 정약종 선생. 이름도 싱싱한 한 마리 청어와 함께 역사의 강을 유유히 흘러와 서민의 저녁식탁에 푸른 물소리로 등불을 켜고 있다.
-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