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7-1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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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는 꽃이
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헤게모니는 저 바람과 햇빛이
흐르는 물이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내가 지금 말하고 있지 않아요?
우리가 저 초라한 헤게모니 병을 얘기할 때
당신이 헤게모니를 잡지, 그러지 않았어요?
순간 터진 폭소, 나의 폭소 기억하시죠?)

그런데 잡으면 잡히나요?
잡으면 무슨 먹을 알이 있나요?
헤게모니는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편한 숨결이 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무엇보다도 숨을 좀 편히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검은 피, 초라한 영혼들이여
무엇보다도 헤게모니는저 덧없음이 잡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우리들의 저 찬란한 덧없음이 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 정현종(1939- ) ‘헤게모니’ 전문



누가 패권을 잡느냐, 하는 것이 늘 문제지만 사람끼리 하는 헤게모니 쟁탈전 별 것 아니다. 궁극적 헤게모니는 자연에게 있으니까. 헤게모니를 꽃들에게 양도하자는 제안, 최고의 헤게모니는 꽃이며 바람이며 물에게 있다는 말, 참 재미있다. 권력싸움 하는 모든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잡아봐야 별 것도 아닌, 그것을 잡으려고 병드는 사회. 폭소를 터뜨리며 화자는 말한다, 모든 지배욕을 버린 찬란한 덧없음만이 지고의 권력이란 것을.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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