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칙 없는 국명표기

2014-07-05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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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태격 사업가

▶ 발언대

브라질 월드컵 대회 경기를 보면서 각 국가명의 한글 표기가 눈길을 끌었다. 지구상에는 200개 이상의 국가가 있고 2014년 현재 유엔가입국은 192개국이다. 이들 국가 이름을 모두 거론할 수는 없고 월드컵에 참가한 32개의 국명을 중심으로 말하면 국가명 한글 표기에는 원칙도 일관성도 없다.

명칭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오늘 A로 쓰였다가 내일 B로 쓰여 진다면 사회적으로 대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A가 A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거나 새로운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와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는 몇 나라 즉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은 예외로 치더라도 이들 국가와 같은 시대에 조선이나 대한제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던 France, Russia는 왜 갑자기 ‘프랑스’로, ‘러시아’로 표기하고 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불란서’‘로서아’로 조선조 말 개화기 때부터 써 왔음에도 앞에 거론한 나라 이름은 한자어의 우리말 표기를 하면서 이들 두 나라의 명칭은 영어로 쓰여지는 국명으로 발음하고 있어 일관성이 없다.

90년대 들어 한국은 해당국 본토 발음대로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스페인어 국명인 Argentina를 ‘아르헨티나’, Honduras를 ‘온두라스’로 기재하고 있다. 왜냐하면, Spanish에서 g는 e,i 앞에서는 h로 발음되며, h는 o 앞에서 묵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같은 스페인어 사용 국가인 Mexico는 왜 ‘멕시코’로 Costa Rica는 ‘코스타 리카’로, Panma는 ‘파나마’로, Colombia는 ‘콜롬비아’로, Peru를 ‘페루’로 쓰는가? 스페인어 발음으로는 이들 철자들이 경음 즉 된소리이기 때문에 그들 발음대로 ‘메히꼬’, ‘꼬스따 리까’‘빠나마’‘꼴롬비아’‘아르헨띠나’로, ‘뻬루’로 읽고 표기해야 한다.

멕시코나 코스타 리카, 파나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페루라고 쓰는 것은 경음이 없어, 표기를 못하는 영미인들의 모방일 뿐이다. 된소리 즉 ‘ㄲ ㄸ ㅃ’ 가 있는 우리가 해당국명을 원음대로 쓰자고 결정하여 놓고, 원음대로 하지 않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다. Norway, Sweden, Finland, Spain, Greece는 영미 국가에서 사용하는 해당국명이다. 해당국의 표기는 Norge, Sverige, Suomi, Espana, Hellas다. 예를 들면 우리조상들이 Greece를 희랍으로 써왔던 것은 Hellas의 중국식 음역(音譯)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인들은 자기나라를 ‘그리스’라고 부르지 않는다. Hellas라고 말한다.

이렇듯 우리는 영미국가에서 사용하는 단어대로, 발음대로 사용하여 왔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지중해 섬나라인 Cyprus를 ‘키프러스’로, 동유럽에 있는 Georgia를 ‘그루지아’로 발음하기 시작하였고, Ivory Coast를 Cote d’ Ivoire 불어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코트디부아르’로 표기하여 놓았다. 도무지 어느 나라인지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명의 발음표기 방법은 전혀 일관성도, 원칙도 없다. 그런 면에서는 같은 한글을 사용하는 북한은 해당국 발음에 충실하다. 그쪽에서는 ‘메히꼬’‘꼬스따 리까’‘빠나마’‘꼴롬비아’‘뻬루’‘아르헨띠나’로 말하고 표기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후, 국가 개조가 현안이 되고 있다. 언어정책도 개조의 대상이어야 한다. 문자와 언어를 통하여 생각과 사상이 형성되고, 사상이 행동을 유발시킨다. 일관성있는 표기법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오랜 역사적 유대관계가 있는 중국의 지명까지 현지발음으로 기재하는 것은 큰 정책적 과오로 보인다. 중국어 발음에 익숙지 못한 한국인은 화어(華語)발음만으로는 지명의 뜻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지명에 관한 한 예외규정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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