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7-0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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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나무들은
모두 뽑아버려
팬지, 팬타스,
장미,
라눙클러스
타임과 릴리, 그리고
아무도 이름도 모르는 꽃들
담장의 철사 창을 감아 오르는
나팔꽃까지도 모두 걷어버려
활짝 핀 꽃막 피어나려는 꽃
아직 잠든 꽃

특히 그 잠든 꽃을 꼭 뽑아야 해
그리고
그리고
타운의 저 반대쪽 어딘가
새 정원에 그것들을 다시 심기를 바래
그리고
꽃이며 나무들이
숨 쉬는 모습을 바라보기를

- 나오미 녜 (1952-) ‘친구의 이혼’ 전문 <임혜신 옮김>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의 거의 반이 이혼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이혼율 또한 만만치 않다. 이혼을 하고 잘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때로는 폐인이 되어 세상을 떠돌기도 하고 깊은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혼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친구에게 시인은 충고한다. 지난날은 남김없이 버리라고. 아픈 과거는 꽃 덩굴처럼 감겨오더라도 모두 잊으라고. 그리고 새 땅에서 새 삶을 다시 시작하라고.

-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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