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성공의 ⅔는 은혜로 된 것 내 것 아니니 당연히 나눠야죠”

2014-06-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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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성공신화’ 김진수 장로 - 남가주서 잇단 간증 집회

▶ “수많은 실패… 곧 축복” 돈 버는 사업서 손 떼고 캐나다 원주민촌 이주, 전도·자립 돕기에 올인

“내 성공의 ⅔는 은혜로 된 것 내 것 아니니 당연히 나눠야죠”

김진수 장로(앞줄 오른쪽)가 고사리 공장에서 일하는 원주민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었다.

김진수 장로는 IT 업계에서 성공신화를 일군 한인이다. 그가 운영하던 회사의 주식을 4,000만달러에 팔아치웠을 때 그의 다음 행로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제 또 어떤 사업을 해서 돈을 벌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사업에서 손을 털었다. 돈을 버는 일은 하지 않는다. 대신 그가 뛰어든 일이 원주민 선교다. 본인의 말대로 ‘시간의 150%, 정신의 200%’를 쏟아 붓고 있다. 캐나다 북단 알래스카에 인접한 ‘기텐야우’라는 원주민 마을에 집까지 사고 전도와 주민 자립에 ‘올인’하는 중이다.

김 장로의 집회를 찾은 사람들은 당연히 그의 성공 스토리를 기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면 실패로 가득 찬 그의 과거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게 된다.


“하나님은 실수도 얼마든지 반전시키는 분이에요.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완벽할 필요가 없어요. 목표가 중요할 뿐이에요. 막히면 돌아가면 되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거죠.”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서울대 대학원에 지원했다가 무려 세 번이나 낙방했다. 낙담한 그에게 컴퓨터 연구소에서 일자리 제안이 들어 왔다. 새로운 세계인 IT가 그의 앞길에 굴러들어 왔다. 인생역전의 시작이었다.

그가 엄청난 부를 일굴 수 있었던 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PDF 파일이 막 개발되던 당시 그의 회사는 다른 파일을 다루는 경쟁자 입장이었다. 그러던 참에 연방 식품의약국(FDA)에서 프로그램 개발 의뢰가 들어왔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할 수 없이 PDF 파일로 제품을 납품했는데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성공에서 내 노력이나 재능의 덕은 얼마나 될까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아무리 따져 봐도 3분의 1이 넘지 않더라고요. 나머지 3분의 2는 내 힘이 아닌 거예요. 믿는 사람에게는 은혜이고 안 믿는 사람은 운이라고 하죠. 어찌됐든 내 것이 아닌 거죠. 그러니 당연히 나눠야 합니다.”

그는 지금도 가장 싼 모텔에서 자고 비행기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비싸서 사먹지 않는다. 밥 먹고 사는 수준을 넘어서는 성공을 이뤘다면 누구라도 자기 힘은 50%가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김 장로는 강조했다. 그런데도 돈 벌고 나니 교만해 지더라고 털어놓았다.

“전에는 매주 토요일 정원 잔디를 깎았어요. 그런데 ‘내가 누군데, 시간당 수입이 얼마인데 이걸 하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아무도 교만해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 못합니다.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당신 목에 힘들어갔다고.”

그는 실패와 고난의 축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하고 나면 목에 힘이 빠지고 제 정신으로 돌아오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왜 이런 어려움이 생겼을까 고민하다 보면 해답이 나와요. 성경의 신명기 8장에 ‘네가 이룬 것은 너의 힘이 아니라 내 축복’이라는 구절을 읽고 많이 운 적이 있어요. 고난은 인생의 브레이크예요. 반드시 필요한 거죠.”

그는 요즘 고사리를 팔려고 방방곡곡을 헤맨다. 원주민 마을에 고사리와 송이버섯 건조공장을 세우고 판로개척에 땀을 흘리고 있다. 집회에서도 끝물에는 고사리 선전에 열을 올린다.

“퍼주는 선교는 소용이 없다고 봐요. 무기력과 알콜중독에 빠진 원주민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합니다. 지천에 널린 천연 고사리와 송이버섯을 말려 파는 일을 원주민 스스로 하게 되면 저는 떠날 겁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함께 일의 영성을 전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천국은 하나님이 통치하는 곳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 자체가 고통이 아니라 행복이 되면 천국이 확장될 수 있지 않겠냐고 김진수 장로는 덧붙였다. 주일만이 아니라 주중 교회 밖 일터에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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