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류은행의 파고를 넘으려면

2014-06-2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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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락 경제부장·부국장

요즘 한인은행들의 대출 시장이 힘겹다고 한다. 수요가 없는 게 아니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체이스 등 미국을 대표하는 주류은행들이 다양한 상품과 낮은 이자율로 한인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출 관련 각종 수수료도 면제해 주고, 특히 주류 은행을 이용할 경우 부담이 됐던 영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 전담 직원으로 팀을 운영하면서 한인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류은행들은 심지어 그동안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작은 규모의 대출까지도 손을 대고 있단다. 도매상이 소매까지 움켜쥐려 하고 있는 셈이다.

한인은행 관계자는 “고정 이자율이 1% 낮은 것도 큰 매력이지만, 내년께 이자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대출을 받으려는 한인들이 주류은행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아파트는 체이스, 커머셜 빌딩은 BOA가 독차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게다가 한인은행의 주요 수입원인 SBA 시장에도 주류은행들은 고정 이자율을 내세워 한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남기는 한인은행들에게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왜 한인은행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는 주류은행들이 그동안 무관심 했던 한인시장에 눈을 돌린 것인가.

한 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대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이를 모으면 짭짤한 수익이 남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인은행들의 일선 대출 담당자들은 “사실상 손을 놨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주류은행들의 한인시장 공략이 반갑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그 만큼 한인경제권이 주류은행들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커졌다는 얘기도 되는 것이니 그동안 한인 이민사회가 노력한 결과로 자부심도 가질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어난 한인 은행들이 주류은행의 공세에 타격을 받는다면 반가운 일은 아니다. 한인금융권 관계자들은 이제 한인시장에서 탈피해 주류시장 공략 및 타주 진출을 통한 시장 확대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인시장은 이제 포화상태란 의미다.

이와 함께 장기적 안목의 근본적인 내실강화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존 직원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들이 제대로 이를 펼칠 수 있도록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은행권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직원들의 집단 이탈은 이들의 몸값만 올리는 것 외에 전혀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며, 이같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결국 당장의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려는 일부 은행들의 근시안적인 태도 때문이다.


인재는 육성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경쟁 은행에서 사람들을 빼오는 식의 운영은 직원 간 위화감만 조성할 뿐, 결국 또 다른 이탈을 불러왔음을 이미 우리가 여러 번 목격했다.

그러면 더 큰 문제는 없을까.

있다. 바로 앞에서 언급된 문제들을 모든 은행들이 알고 있고, 어디로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방향도 정확히 꿰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를 가로 막고 있는 게 있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단기간에 실적을 올리면 능력있는 사람으로,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의 사람으로 평가돼 버리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은행의 갈 길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제 움직여야 할 때다. 주류은행이 치고 들어오면 더욱 적극적으로 다른 공간을 찾아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장기적인 플랜에 따른 내실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한인은행들이 꾸준하게 타주에 대출 사무소를 늘리고, 은행간 합병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뻔히 아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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