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다른 매력으로 셀러브리티들 발길 잡아
▶ 1937년 이래 창업주 자손 3대째 이어 영업
뉴요커들의 실생활을 엿보고 싶다면, 델리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다양한 음식과 식용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각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의 민족적 특징이 다채롭게 반영되어 친근함과 리얼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델리는 독일어로 ‘맛있는’을 의미하는 Delikat과 ‘먹거리’를 뜻하는 Essen에서 유래한 델리카센 (Delikatessen)의 줄임말이다. 조리된 육류나 샐러드, 과일 등을 주로 파는 이곳은 19세기 초 뉴욕에 등장해 현재에 이른다.
■셀러브리티들의 단골 명소
이 가운데 55번가 7애비뉴에 위치한 ‘카네기 델리(Carnegie Deli)’는 색다른 매력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인근 카네기홀에서 이름이 유래한 이곳은 방문했던 셀러브리티의 사진이 벽내에 빼곡히 걸려 있다. 현재는 창업주 일가의 3대째 자손에 의해 운영된다. 무엇보다 이곳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우디 앨런, 아담 샌들러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의 재미난 메뉴 역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콘비프와 패스트라미 샌드위치가 ‘우디 앨런’이란 이름의 메뉴로 공개될 뿐 아니라 ‘당신의 간을 사랑하는 50가지 방법’이란 리버 샌드위치도 유명하다. 이것은 Liver라는 단어를 언어유희한데서 유래한 듯 보이나, 실제로는 폴 사이먼의 노래 ‘당신의 연인을 떠나는 50가지 방법 (50 Ways to Leave Your Lover)’에서 착안했다고.
■우디 앨런 영화의 주 무대가 되어
이처럼 이야깃거리 풍성한 카네기 델리는 영화 촬영지로 더 큰 유명세를 탔다. 앞서 메뉴에도 등장한 앨런의 1984년작 ‘브로드웨이 데니 로즈 (Broadway Danny Rose)’가 이 가게를 무대로 삼은 것이다. 베테랑 코미디언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매니저계의 전설적 존재 데니 로즈(우디 앨런 분)에 대한 소문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데니는 세상에 인정받지 못한 재능을 발굴해 이들을 뒤에서 묵묵히 돌보는 헌신적인 에이전트였다.
어느 날 그가 담당하던 인기 급상승 중인 가수 루 카노바(닉 포트 분)에게 TV 출연과 연계된 공연이 들어온다. 그러나 어쩐지 불안해진 루는 내연녀인 티나(미아 팰로우 분)를 데려오도록 데니에게 부탁한다. 그는 티나를 열심히 설득하지만, 그녀를 이전부터 지켜봐 온 마피아 일당은 데니가 티나에게 관심 있다고 오해한다.
이로 인해 데니와 티나는 위험에 빠지지만, 그러한 좌충우돌 가운데 루의 공연만큼은 무사하게 끝났다. 그 공연을 계기로 이후 성공가도를 달린 루는, 다소 비정하지만 티나와 함께 데니 곁을 떠난다. 이에 상심이 큰 데니는 심야 카네기 델리카센을 찾아 슬픔을 달랜다.
사실 영화감독 앨런의 매력은 도시의 매력을, 오히려 부정적이고 역설적으로 그리는데 있었다. 그는 결코 뉴욕이 가진 ‘도시로서의 장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보다는 ‘극심한 싸움과 경쟁이 위를 아프게 한다’고 불평하며, 5번가 샤핑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의 모습이나 월가의 치열한 자본주의를 냉소적으로 표현했다. 어쩌면 상심에 빠진 데니가 심야의 델리에서 위안을 받는 장면 역시 그러한 냉소의 한 표현일지 모른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