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소용돌이 속에 한국은 지방선거를 치렀다. ‘지방선거’라는 용어는 지역의 자치 단체장들을 뽑는 것이므로 시골이라는 뜻이 강한 지방 보다는 ‘지역선거’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적절치 않나 생각된다.
여당과 야당은 도지사와 시장 선거에서 비슷한 당선자를 낸 것을 가지고 ‘정국 안정을 바라는 민심’‘현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아전인수식 상반된 해석을 하고 있다. 서로 이겼다고 여겨서 그런지 종전의 선거에서 늘 따라다니던 부정선거니 관권선거니 하는 말이 없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라는 큰 변수로 그렇지 않아도 감성적이고 조급한 국민들의 성격과 사고가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또한 위기상황에 정부와 국민들이 나라를 보전하고 민주주의를 누릴만한 자질과 능력을 가졌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과 지방선거를 전후해 한국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모습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음을 재차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망국적 당파싸움에 이골이 배인 정치판은 차치하고라도 반세기 넘도록 산전수전 다 겪은 똑똑한 한국의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처하는 자세와 인식이 어떻게 그처럼 빈약한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첫째, 한국의 선거는 어떤 후보자인가 따지기 앞서 어느 지역에서 출마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아직도 삼국시대에 살고 있으며 경상도당, 전라도당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정권이나 정당과 관계없이 그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앞장서서 ‘정부를 지켜 달라’‘정권을 바꾸자’ 같은 터무니없는 선거구호를 대명천지에 외쳐대도 이를 나무라기는커녕 도리어 현혹된다는 점이다.
셋째, 각종 법규를 어긴 선거사범, 파렴치범, 심지어 보안법을 어긴 자들까지 여전히 선거판에서 활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이 그들을 용인하니 그 수준이 얼마나 우매하고 쓸개가 없는지 짐작케 되는 일이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원인과 책임은 끝까지 밝혀야 할 것이다. 관련법도 정비해야 하고 개각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시대정신, 곧 애국심이다. 성숙한 국민은 국가가 어려울수록 애국심을 발휘한다.
국가가 힘들 때 정부를 비난만 하는 것은 못난 국민들이 하는 짓이다. 국가가 다시 일어 설 수 있도록 국민들이 단합해 정부에 힘을 모아주는 것이 진짜 애국심이다. 세월호 사고는 엄밀히 말해 탑승객과 선박회사 간의 문제이지 국가가 직접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는 정부책임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를 탓하기 앞서 먼저 자신부터 법과 제도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건설적인 의견이나 방법을 찾는 데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