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6-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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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목이
두 개의 기둥처럼 집과 공간을 만들 때
창문이 열리고
불꽃처럼 손이 화라락 날아오를 때
두 사람은 나무처럼 서 있고
나무는 사람들처럼 걷고, 빨리 걸을 때

두 개의 목이 기울어질 때
키스는 가볍고
가볍게 나뭇잎을 떠나는 물방울, 더 큰 물방울들이
숲의 냄새를 터뜨릴 때
두 개의 목이 서로의 얼굴을 바꿔 얹을 때
내 얼굴이 너의 목에서 돋아나왔을 때

-김행숙 (1970-) ‘숲 속의 키스’ 전문



6월의 숲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연인들이 서로의 어깨를 감싸고, 보랏빛 나팔꽃이 화라락 피어나고, 수액들은 촉촉한 나무의 정강이에 톡톡 떨어진다. 삽화처럼 가벼운 나무, 바람, 이슬과 꽃들의 풋 키쓰 혹은 풋사랑. 맑은 물방울 소리라도 들릴 듯 싱그러운 초여름의 숲이 파랗게 깨어나고 있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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