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6-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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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가만히 누워
내 영혼의 집으로 가는 길을
생각했다.
목이 마르지 않은 곳, 그리고
빵은 돌처럼 딱딱하지 않은 곳
한 가지 생각한 것은
그 누구도, 그 누구도 혼자 그곳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만은
틀림없다

아무도, 아무도 혼자
그곳에 이를 수 없다

백만장자는 그들의 아내들을
요정처럼 뛰어다니게 하고
아이들에게 부르스를 부르게 하고
비싼 의사들을 찾아가 그들의 차디찬 가슴을
치료받을 수 있겠지만
아무도, 아무도 그곳에
혼자 갈 수는 없다


아무도 ,아무도
혼자 갈 수는 없다.

- 마야 안젤루 (1928-2014) ‘홀로’ 전문 <임혜신 옮김>


마야 안젤루의 삶은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일곱 살에 성폭행을 당하고 17살 미혼모가 되었다. 그리고는 수많은 직업을 거쳐 마침내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인이며 작가이며 시민운동가로 지난달 28일 생을 마쳤다. 진흙탕에 핀 꽃이었다. 진흙의 살과 뼈와 향기로 피어난 크고 화사하고 부드러운 꽃. 하루 밤이 아니라 그녀는 평생에 걸쳐 고민했을 것이다. 그 어떤 부자도 권력자도 저 혼자 갈 수는 없는 영혼의 집. 그곳에 이르는 사랑과 자비의 길에 관하여.

-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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