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와 세월호
2014-05-29 (목) 12:00:00
한국에서 판검사는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이다. 최근까지 똑똑한 아이들은 법대를 가는 것이 상식이었고 사법시험이라도 붙으면 조선 시대 과거에 급제한 것 같이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는 것이 사회 분위기였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아무개 아들 사법시험 합격’이란 현수막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사법시험에 붙고 판검사가 되면 현실은 이런 기대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 우선 월급이 대기업 신입 사원보다도 적다. 거기다 판사, 검사를 막론하고 퇴근 시간도, 주말도 없는 격무에 시달려야 한다. 일자체도 용의자의 유무죄를 가려내는 것 아니면 누구 잘못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가 등등 골치 아픈 것이 대부분이다.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올바른 결정을 했더라도 누군가로부터 욕먹기 십상이다.
지역 유력 인사와의 결탁을 막기 위해 수시로 부임지를 옮겨야 해 가족과도 떨어져 살아야 하고 윗사람의 눈치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거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승진에서 누락되고, 그러다 후배에 밀리면 일찍 그만 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이 길을 택하는 것은 법복을 벗고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을 때 받는 소위 ‘전관예우’ 때문이다. 어느 자리까지 올라갔다 나왔느냐에 따라 1년 사이 10~20억은 그냥 챙기는 것이 한국 법조계의 관행이다. 판검사 생활 20~30년 하며 받은 월급을 꼬박 모은 액수보다 큰돈이다.
한국에서 ‘전관예우’는 불법이 아니다. 고위직에 있다 그만 두고 변호사를 개업한 사람에게 높은 수임료를 주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안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재판을 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도 신장개업 변호사를 쓰는 것은 이들에게 사건을 맡기면 유리한 판결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판사 입장에서는 어제까지 상사로 모시던 사람이 사건을 변호하는데 인간적으로 모른 척 하기 힘들다. 거기다 이를 잘 봐주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있고 자기도 언젠가는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될 텐데 혼자만 잘 난 척 하고 버티다가는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변호사 개업 후 불과 몇 달 사이 16억을 벌어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인 안대희 총리 지명자가 6일 만에 결국 물러났다. 비교적 깨끗한 것으로 소문났던 안대희가 이 정도면 나머지는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자기가 검사 시절 잡아넣었던 박지원 등이 국회에 건재한 것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법과 원칙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전관예우’는 전형적인 후진국 형 사회 풍토다. 전직 관료들이 기업에 취직 해 뒷배를 봐주다 세월호라는 대형 참사를 빚어낸 관피아와 무엇이 다른가.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전관예우’부터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