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맹신과 광기의 사회

2014-05-2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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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한 연세 지긋한 노 목사가 젊은 목사를 만났다. “요즘 목사님은 어떻게 지내시는가.” 젊은 목사가 재직하고 있는 교회의 원로 목사, 즉 자신의 친구 목사의 안부를 물은 것이다.

존경의 염을 표시하면서 젊은 목사는 말했다. “저희 목사님께서는 요즘도 매일 운동을 하시는 등 아주 대단하십니다.” 그러자 노 목사의 대답이 이랬다고 한다. “그 친구, 그래 가지고 천국은 언제 가려는 거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검거망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 그 단서는 그의 독특한 식습관에서 잡혔다고 한다. 구원파 농장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과일만 먹는다. 물도 아무 물을 마시는 게 아니다. 지하 암반을 뚫고 나오는 지하수만 마신다고 한다.


그런 그가 먹고 마실 말린 과일과 생수 등을 금수원에서 실어내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혔다. 그리고 그 먹을거리를 전달해온 한 측근이 체포되면서 검거망은 한층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뭐랄까. 참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수많은 어린 학생이 수장됐다. 그 참사의 직접 원인 제공 혐의에 따라 5억 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수만 명 경찰 병력이 투입되는 등 대한민국의 전 공권력이 조여 오는 그 와중에도 유기농 과일 등 건강식만 챙기다니.

왜 그토록 건강식에 집착할까. 말 못할 건강상의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생만이 신앙인이라는 그가 추구하는 전부인 것인가.

그 판단은 각자의 몫. 그러니 그렇다고 치고, 이 유병언 회장 검거를 둘러싸고 새삼 뭔가 한 가지 한국 사회의 병리가 드러나고 있는 느낌이다. 여전히 광기가 지배하고 있다고 할까. 그런 한국 사회의 단면 말이다.

유병언 회장을 ‘결사옹위’하고 있는 일부 구원파 신자들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10만 성도가 유병언을 숨겨주다 모두 잡혀가도 그분은 절대 내놓을 수 없다”- 그들이 내건 표어다. 그 맹신은 차라리 광기에 가깝다.

그 맹신적 추종은 일부 광적인 신자로 끝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의사, 법조인 등 한국 사회의 중추로부터 은밀한 도움이 유병언 회장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하는 말이다. 구원파 의사들, 법조인들이 유 회장의 피신을 돕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유병언 체포는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 정치계 일각에서의 주장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덮어버리기 위해 누군가를 증오의 표적으로 삼는다. 그게 유벙언 체포라는 주장이다.

마치 세월호 참사의 주범은 우파정권이고, 유병언 체포는 그 우파 정권의 책임을 다른 데 전가하려는 ‘포퓰리즘적 행태’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새삼 느껴지는 것은 좌파적 광기다. 모든 것을 ‘그들’과 ‘우리’의 시각으로만 재단하려든다. 그 사이에는 도덕적 판단도 끼어들 틈이 없다. 그 광기는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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