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오시설 격리섬에서 ‘복지의 땅’ 으로
▶ 퀸즈-맨하탄 중간지역 위치...행정구역상 맨하탄 속해
짧은 트램 여행을 마친 뒤, 탑승객들은 도착지의 완벽한 정숙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강 건너 맨하탄의 시끌벅적함을 뒤로 한 채 이토록 조용한 곳이 또 있을까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마치 트램이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타임머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착지는 이름하여 루즈벨트 아일랜드(Roosevelt Island). 맨하탄 46~85번가에 이르는 이스트강 위 3.2㎞ 길이의 길쭉한 섬이다. 남북으로 긴 형상으로 인해 혹자는 이 섬을 ‘리틀 맨하탄(Little Manhattan) ‘이라 부르곤 한다.
■맨하탄과 퀸즈 사이의 요충지
맨하탄과 퀸즈 사이, 이스트강변에 자리한 루즈벨트 아일랜드는 실제로 여러 면에서 두 지역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일단 맨하탄의 경우, 이 섬을 행정구역상 포함하고 있다. 섬의 Zip코드가 맨하탄은 쪽 번호를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케이블카와 지하철로 연결된 접근 편의성이 그 관계를 한층 더 깊게 한다.
이와 달리 퀸즈는 다리로 직접 연결되어 있다. 차량을 이용해 맨하탄에 나갈 때에도 이 다리를 건너 퀸즈 쪽에서부터 다시 나와야 한다. 그리고 이곳을 대중교통으로 연결하는 것은 버스와 지하철. 최근 새로이 각광 받고 있는 롱아일랜드시티의 경우 이 섬과 퀸즈의 요충지로서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 신혼부부~1인 가족 거주 메카로 떠올라
당초 이 섬은 이전 소유자의 이름을 따 ‘블랙웰 아일랜드(Blackwell’s Island) ‘라 불렸다. 이후 1828년 뉴욕시가 이 섬을 매입한 뒤, 일대에 형무소와 정신병원을 세우면서 모습을 바꾼다.
흔히 ‘혐오시설’로 간주되던 기피 대상을 섬으로 격리시킨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형무소를 시외로 밀어내고 커지는 의료 수요에 따라 병원들이 잇달아 들어서며 다시 한 번 색깔을 바꾸게 된다.
이번에는 정신병원에 더해, 각종 질병에 맞는 특수 센터와 대규모 시립병원까지 더해졌다. 그로 인해 한 시기 ‘복지의 땅 (Welfare Island) ‘이란 별칭으로도 불린 이 섬은, 1971년 이곳 발전에 기여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기려 이름을 재변경한 뒤 현재에 이른다.
현재 이곳은 높아지는 부동산 수요에 따라 대규모 베드타운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대형 빌딩 운영사들에 의해 ‘오피스텔형 건물’ 콘도미니엄이 연이어 들어선 것이다. 특히 맨하탄에 직장을 둔 신혼부부들을 비롯해, 전문직에 종사하는 싱글들이 대거 밀려들어와 현재는 거주자 수가 1만 명에 이른다. 그로 인해 지역의 색깔도 조금씩 변해, 현재는 고령자 시설보다 젊은 층 대상의 레크레이션 시설 확충에 더욱 역점을 두고 있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