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5-2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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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막에 나가서
단돈 오천 원 내놓으니
소주 세 병에 두부찌개 한 냄비

쭈그렁 노인들 다섯이
그걸 나눠 자시고
모두들 볼그족족한 얼굴로

허허허
허허허
큰 대접 받았네 그려!


- 고재종 (1959-) ‘파안’ 전문


‘바벳의 만찬’이라는 영화를 보면 마을 사람들의 화해를 위해 요리사인 주인공은 복권을 탄 돈을 모두 털어 최고급 요리로 잔치를 베푼다. 요리와 생의 예술을 보여주는 그 영화와 달리 화자는 단돈 5천원으로 노인들을 행복하게 해드린다. 요리의 품격도 주관적인가 보다. 평상에 앉아 소주 한 잔과 두부찌개에 취하시는 할아버지들, 프랑스 영화처럼 멋진 식탁은 아니지만 행복하기만 하다.

-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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