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이다. 잘 알고 있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뿐 아니라 입양의 날(11일), 성년의 날(20일), 부부의 날(21일) 등 잊고 있던 가정의 소중함과 의미를 되새겨 보는 계절이다. 미국에서도 ‘어머니 날’부터 ‘아버지 날’까지의 5주 동안을 ‘가정의 달(National Family Month)’로 정해, 건강한 가족들이 행복한 가정을 세울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5월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5월에는 연말과 더불어 상담문의가 급증한다. 가정과 가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가족에 대해 눌러놨던 아픈 감정과 갈등들이 자극되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가 보다. 어떤 이에게는 가정이 행복이고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쉼터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아픔과 상처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필자가 만나는 70%의 내담자들이 신체적인 학대와 감정적인 상처를 받은 곳은 직장이나 사회, 또는 길에서 만난 낯선 이가 아니라 바로 가까운 가족으로부터였다. 보호 받아야 할 남편으로부터 언어의 폭행, 구타, 때론 목 졸림을 당했고, 인정받고 격려 받아야 할 부모로부터 비난과 지적을 받았으며, 섬김을 받아야 할 자녀로부터 냉대와 버림을 받은 어르신들도 적지 않게 만났다.
술만 먹으면 엄마를 구타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무서워 어린 동생과 이웃집에 피신했던 딸. 남편의 흉과 신세한탄의 넋두리를 어린 자녀에게 쏟아내던 어머니. 남존여비 사상으로 손자는 떠받들고 손녀와 며느리는 구박하던 할머니. 부모를 구타하던 아들. 장애인 형제자매에 밀려 버려진 듯 자라온 이들. 그들에게 가족은 아픔이며 상처며 분노의 대상이다.
“난 절대로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거야 결심하며 살았는데 중년을 넘긴 자신에게서 싫어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 밀려온 절망감과 분노가 힘들어서 상담소를 찾았다”는 내담자의 고백이 떠오른다. 가족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이 당신에게 아픔이라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상담소 뿐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은 쉼보다는 아픔이었다.
가정의 달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언제까지 해결되지 않은,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품고 살 것인가?” 미움과 분노를 품고 살면 결코 행복하고 건강할 수 없다. 그러기에 언젠가는 그 밉고도 아픈 가족을 놓아주어야 한다. 누군가를 미워해 본 사람은 알지만 그것은 몸 안에 독소를 만들어 스스로를 자해하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써도 얼굴을 황폐하게 하며, 아무리 좋은 음식과 영양제를 섭취해도 몸이 축나고 실제로 아프다.
‘용서해야죠’라는 말을 감히 드릴 수 없다. 다만, 과거의 상처로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소중한 몸과 마음과 정신건강을 해치는 일을 이제는 그만 두길 부탁드린다. 그 것은 머리로 하는 ‘Let It Go’가 아니고, 아팠던 과거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상처를 준 그 역시 어린 시절 다른 가족으로부터 학대당한 아픈 기억을 가슴에 품고 산 또 하나의 피해자임을 깨달으면 그를 향한 작은 긍휼과 측은함이 피어날 것이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나를 위해서 이제는 그 사람을 놓아주자.
한 사람을 향한 감정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가슴 한 켠을 도려내는 애도와 상실감이 동반되는 아픈 작업이다. 내면에 가득한 분노와 슬픔과 아픔의 솔직한 감정을 대면한 후 비로소 우리는 아픔이 되는 가족을 놓아줄 수 있다.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며 치유를 받을 수 있고, 만약 혼자 하기 힘들다면 전문 상담사를 찾기를 권한다.
가정의 달, 5월의 아침에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이들에게 바친다. 흔들리면서도 꽃을 피워내는 내 안의 한 그루 나무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