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밤 케이블카서 내려다보는 야경 절경
▶ 1976년 통근용 수단으로서 운행 시작
1989년 F전철 개통이후 관광루트로 주목
메트로카드 그대로 사용 추가요금 부담없어
블루밍데일즈에서 나와 동쪽 방향(퀸즈 방면)으로 걸어가 보자. 아담한 갤러리와 카페가 자리한 좁을 골목에 접어들자 멀리 퀸즈보로 브릿지가 보인다. 뉴욕에서의 첫 기억을 더듬으며 다리 쪽으로 다가가자 이번에는 붉은색의 케이블카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심 한복판에 케이블카? 역시 뉴욕은 관광도시네’ 연신 감탄하며 탑승장에 이른다. 주변에 벤치 몇 개가 자리한 가운데 계단을 돌아 올라가자 익숙한 입구가 나온다.
■도심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나다
무엇보다 그곳의 광경을 접하고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놀란다. 제일 먼저 티켓. 조금 전까지 지하철에서 쓰던 메트로 카드를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추가적인 요금 부담 없는 그 경제성에 먼저 놀랐다. 그리고 또 하나는 탑승객들의 면면. 일반적인 케이블카라면 아마도 탑승객의 대부분을 관광객으로 연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탑승객은 다르다. 그 중 절반이 일반 거주자로 보이는 시민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케이블카의 과금 시스템이나 이용객들로 미뤄 봤을 때, 운영의 주목적이 단순히 관광이 아닐 거라는 추측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케이블카의 정식 명칭은 루즈벨트 트램(Roosevelt Tram), 목적지는 ‘맨하탄과 퀸즈 사이, 이스트강변에 길게 자리한 신흥 베드타운’ 루즈벨트 아일랜드다. 이 트램은 1976년 7월, 당시 새로운 거주지로 각광받던 루즈벨트 아일랜드의 인구 증가에 따라 ‘통근용 수단’으로서 운행을 시작했다.
지금이야 지하철 F라인이 맨하탄, 퀸즈와 각각 연결되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 섬의 연결 수단은 버스가 전부였다. 1989년 F라인이 완성되며 그 수송 책임량은 줄었지만, 현재도 그 설치 목적과 활용도만큼은 의연하다. 무엇보다 이 트램이 수많은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관광 루트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일대의 예쁜 산책로와 그곳에서 바라본 맨하탄 야경이 여행책자에 잇달아 소개되며, 현재는 운행 때마다 거의 만원사례를 이룰 정도. 물론 그 무게추는 주민에서 관광객 쪽으로 훨씬 기울었다.
여름밤 이 트램을 타고 바라보는 야경은 가히 압권이다. 퀸즈 방향, 맨하탄 방향 할 것 없이 그 전경은 뉴욕의 베스트 스팟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트램이 오르내리는 과정 속에 좌우로 내비치는 맨하탄 거리의 화려함과 건물의 웅장함, 그리고 루즈벨트 아일랜드의 한적함이 적절히 뒤섞인 모습은 뉴욕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흥분된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