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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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가 보는 미국역사 (8) 13개의 독립국가 (상)

2014-05-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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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 라는 단어를 영한사전에서 찾아보면 ‘주, 국가’ 라고 쓰여 있다. 미국의 각주를 캐나다처럼 province라 부르지 않고 State라고 부르는데, 나라들 중에서도 유독 이스라엘은 자국을 State of Israel 라고 부른다. State라는 단어는 때로는 ‘주’ 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때로는 ‘국가’ 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주들은 정치형태로 볼 때에는 지금도 ‘준 국가’인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가끔, 아니 자주 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의 첫 13개주들이 거의 유사 독립국가로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각주는 전통과 제도가 각각 달랐기 때문에, 또 시초의 정착자들이 독립을 원했던 것도 아니었던 까닭에, 영국이 조금만 머리를 잘 굴렸었더라면 스페인이 남미에서 했던 것처럼 영국은 북미를 영구히 분할통치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국은 너무 다급하고 서툴게 식민지 착취를 시도하다가 식민지에서 종교의 자유를 즐기면서 충실한 영국국민으로 살아보고자 했던 사람들이 독립이라는 “역심”을 품도록 만들어 버렸다.

미국의 역사는 이런 행운들을 통해서 숙명적으로 잘 전개된 일들이 여러 번 있었다고 생각된다. 미국의 각 주가 자기가 준독립국가라고 생각하는 역사적 “오해”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마다 주의 헌법이 있고 주법에 의해서 사형언도를 받은 사람은 주지사만이 사면을 해줄 수 있다. 한주의 범법자가 타주로 도주하면 그쪽주의 주지사가 허가를 해 주어야만 범인 인도가 가능하다.


국가주권의 상징인 군대가 National Guard 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각주에 있으며 사령관은 주지사가 임명한다. 미국독립전쟁 전에는 각주마다 다른 통화를 사용했었으며 독립된 후에도 상원의원들을 주지사가 연방정부에 보내는 대사들로 간주했던 생각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상원의원의 유고시에는 주지사가 잔여임기의 상원의원을 “임명”한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은 국토를 분할하여서 주나 도로 만든 것인데 미국은 거꾸로 13개의 주들이 모여서 국가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도정부는 국가가 허용하는 권한만 가졌지만 미국의 연방정부는 주들이 위임해준 권한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야당은 ‘소정부’를 주장하고 “정치권한을 주로 환원하라”고 아우성을 친다. 아마 “대통령 몬해 묵것다” 라고 최초로 외친 사람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의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미국대통령의 가장 큰 권한은 헌법으로 보장된 것이 아니고 정치적 영향력과 설득력이다. 그래서 미국대통령 중에서 무능했던 분들은 미국헌법의 제한 속에서 허덕이었으나 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 같은 분은 마치 헌법에 대통령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었던 것처럼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하였었다. 정말로 ‘해묵기 어려분’ 자리가 미국의 대통령이다.

미국의 초기 13개주는 New England (Massachusetts, Connecticut, Rhode Island, New Hampshire), Middle Colonies (New York, New Jersey, Delaware, Pennsylvania), The South (Maryland, Virginia, North Carolina, South Carolina, Georgia) 등이었다.

미국 식민지의 정부형태는 영국의 직접적인 간섭정도에 따라 Royal Province, Proprietary Colony (영리기업체), Royal Colony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모든 주에서 주지사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활성적인 입법부가 주민의 선거로 구성되어 처음부터 자치정부를 운영해왔다. 거의 모든 주에 독립적인 사법부가 있었으며 영국식인 배심원 재판제도를 써서 주민들의 의견들이 판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미국은 그때까지의 세계로 볼 때에 처음부터 가장 발달된 민주주의를 시작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Royal Province 는 영국 왕이 주지사를 직접 임명하고 말하자면 직접 통치하는 것이었으나 Royal Colony 는 지정한 단체 등에 개발활동의 한계를 규정하는 “Charter” 라는 것을 주어서 정착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의 식민통치형태는 Proprietary Colony 라는 것인데 이것은 영국왕이 어느 개인이나 단체에게 어느 주를 주면서 기업형태로 운영하게 하는 것이었다.

초기 13개주들 중에서 뉴잉글랜드와 버지니아 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들이 Proprietary Colony 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어떤 정부형태로 시작이 되었든 간에 거의 모든 주들은 비슷하게 통치되고 있었으나 영국은 미국을 원지에 있는 자국의 주로 생각했다기보다는 영국을 위해서 존재해야하는 식민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1세를 계승한 제임스 1세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영국국교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1608년에 영국 동부지역에서 살던 Separatist 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화란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년 지난 후에 아이들이 영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지 못하며 자라나는 것을 보고 그들은 걱정하기 시작하였고 그들 자신들도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본국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종교의 자유가 있고 새땅을 개척할 수도 있는 미국으로 가기로 결심하였다.

이미 왕으로부터 받은 미국정착허가 Charter를 가지고 있던 London Company 로부터 버지니아 정착허가를 받은 후 1620년 9월 16일에 35명의 Separatists (Puritans) 를 포함한 102명의 Pilgrims (Pilgrim Fathers) 들이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영국 플리머스를 떠나 7주간의 험한 항해 끝에 11월에 미국육지를 발견했으나 좋은 곳을 찾아다니다가 그해 12월 21일에 상륙하였다.


버지니아로 가려던 배가 선장의 실수로 Cape Cod에 도착한 것이다. 그들은 그곳을 떠나온 영국땅 Plymouth를 본따 Plymouth 라고 이름 지었는데 그들이 뛰어내렸다는 작은 차고만한 크기의 바위인 Plymouth Rock이 지금도 Plymouth 농업단지 박물관에 보존되어있다. 그들의 정착 허가지가 버지니아였으므로 그들은 합법적으로는 Plymouth에서는 땅을 소유할 권리도, 정착할 권리도 없었다. 이런 형편을 눈치 챈 일부의 Pilgrims들은 상륙하면 자기들 마음대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일행 중에는 후일 Plymouth 식민지 지사 (governor)를 31년간이나 하게 될 William Bradford 라는 Puritan이 있었다. 그는 돌아가는 형편을 감지하고 지도자로 나서면서 ‘Mayflower Compact’ 라는 Pilgrims 서약서를 작성해서 상륙하기 전에 전 Pilgrims들의 동의를 받았다. 그 주 내용은 첫째 영국 왕에게 충성할 것, 둘째 민간정부를 구성할 것, 셋째 앞으로 모든 주민은 자치적으로 만드는 법률에 복종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었다.

이 서약서는 추후 매사추세츠 주법의 모체가 되었고 전미국의 헌법에도 중요한 영향을 남긴다. 미국의 장래를 위해서 아주 다행스러웠던 점은 이들 Pilgrims 들이 기독교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국가”를 지향하지 않은 것이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시작하기로 처음부터 서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사람들은 Pilgrim Fathers를 ‘중시조’로 치며 미국역사를 자세히 모르는 외국인들은 미국이 Pilgrim Fathers 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잘못알기 쉬운 이유이다.

또 이 서약서의 내용을 보면 Pilgrim Fathers 들은 종교의 자유를 허용 받은 영국왕국의 국민으로써 새대륙을 개척하고 살기를 원했던 것이지 미국을 독립국가로 만들 생각은 애초에는 없었다는 것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들이 엄청난 고난을 극복해 내는 데에는 “하느님은 우리 편이시다” 라는 청순한 기독교인으로써의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고 생각된다.

Plymouth colony 는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자력으로 정착에 성공하고 국민 자치주의의 모델이 되고 첫 추수감사절을 축하하는 기록을 남겼으나 크게 번창하지는 못하고 있다가 1691년에 아래에 언급되는 Massachusetts Bay Colony 에 흡수되어 버렸지만 미국의 ‘정신적인 조상’으로 모셔지게 된다. <조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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