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민들의 고통

2014-05-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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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역삼동의 한 전(煎)집에 저녁 식사 차 들렀다. 조금만 늦으면 좌석이 꽉 차는 곳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조용하다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좌석이 70% 이상 비어있었다.” 서울에서 전해져 온 이야기다.

주말이면 혼잡하기 짝이 없는 경부고속도로다. 그 경부고속도로가 주말인데도 상·하행선 모두 시원스레 뚫려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집에 박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게 확연히 느껴진다는 것이다. 수퍼, 치킨 집, 식당, 옷가게, 잡화상, 여행사, 일회용품 등 주변의 업소들이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곳은 매출이 평시의 30~4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그래서 폐업 위기에 있거나 이미 문 닫은 가게나 제조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내수경기가 모처럼 회복세를 보였었다. 장기 침체에 허덕이던 부동산 경기도 살아날 조짐이었다. 수출도 그런대로 호조였다. 1/4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9%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경기가 그런데 말이 아니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가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봄나들이도 취소했다. 그리고 근신의 자세로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복세에 있던 집값도 다시 주춤해졌다는 거다. 덩달아 건설경기도 신통치 않다. 1분기 민간소비가 전 분기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 2분기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가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1~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형 참사는 전국적인 트라우마를 가져 온다. 꽃봉오리 같은 어린 학생들을 바다 속에 수장시켰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의 충격은 너 나할 것 없는 자책감 속에 더욱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숙연함은 여기까지로 마감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 무엇보다도 경제적 한계선상을 맞은 서민들의 고통이 너무 커 하는 말이다.

그리고 국가적 비극의 틈 사이로 또 다시 음습한 정치 선동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강남에 사는 부모를 뒀어도 이렇게 구조가 더뎠을까”라는 선동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대형 참사는 분명히 비극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 면 국민을 성숙하게 만든다. 그 성숙에의 첫 걸음은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봄나들이도 가고 콘서트도 열리고 쇼핑도 하고 사람도 만나는 거다.

아픔을 그만 덮고 잊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홀로코스트의 민족적 참화 가운데에도 민족의 축제를 지켜온 유대인들처럼 아픔 속에서도 의연히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 한다는 것이다.

그 길이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고 국가적 비극을 승화시키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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