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을 잃는 슬픔

2014-05-0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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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마당

▶ 최철미 / 공인회계사

우리 아이가 여섯 살 때, 아주 잠깐 물에 빠졌던 적이 있다. 남동생의 결혼식 피로연을 호텔 수영장에서 했는데, 평소에도 주의가 산만한 아이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수영장에 그만 풍덩 빠져버렸다.

아이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물에 빠지던 장면과, 지체 없이 아이를 건져 올려 주던 어느 미국 아저씨의 초록색 소매 자락, 그리고 정말 물에 빠진 생쥐 모양으로 물을 뚝뚝 흘리며 내 앞에 서 있던 우리 아이의 모습. 그 중간은 놀라서 도통 기억에 없다.

예정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며칠을 앓아누웠다. 아이를 동네 수영 학원에 보내기 시작한 것도 그 직후였다.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지금도 가끔씩 옆에 있는 아들아이를 뜬금없이 불러 본다. “Are you okay?”


여동생이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도 이십 오년이 넘었다. 동생은 열여덟 살이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 동생의 죽음은 아무런 슬픔도 느낄 수 없을 만큼 갑작스런 것이었다. 그 후로 두고두고 동생의 부재를 실감하며 살아야 했다. 정말 그 애가 죽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 “언니”하고 날 부를 것만 같은데. 그 애가 그렇게 떠나고 나서 얼마나 긴 세월을 상실의 슬픔에, 또 동생을 잘 지켜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힘들어 했던가.

동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분들, 특히 어린 학생들의 부모님, 유가족, 친지, 또 친구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같이 하시기만을,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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