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화된 샤핑공간.신선한 자극.볼거리 가득
▶ 1970년대 소매업계 기수로 군림 소비.유행 선도
59번가 역을 나오자마자 렉싱턴 애비뉴 선상에 자리한 육중한 건물이 눈에 띈다. 커다란 깃발 아래로 수많은 이들이 드나드는 건물. 창가에 디스플레이 된 명품 옷에, 특유의 브라운 쇼핑백을 든 채 거니는 사람들을 보며 저곳이 백화점이란 확신이 들었다. 어퍼 이스트의 초입에 보무도 당당히 서있는 블루밍데일즈 백화점(Bloomingdales)이다.
■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를 꿈꾸며
보통 뉴욕을 방문하는 이들은 ‘최소 두 개의 백화점’을 방문하게 된다. 하나는 앞서 미드타운에서 소개한 ‘세계 최대의 백화점’ 메이시스, 또 하나는 ‘세계에 단 하나뿐인 백화점’을 주창하는 블루밍데일즈다. 이 중 뉴욕의 여성들이 ‘블루미’라는 애칭으로도 부르는 블루밍데일즈는 1970년대 소매업계의 기수로 군림하며 소비와 유행을 선도한다. 이곳의 카드를 가짐으로서 사회적 지위가 나뉘었고, 하루에 한 번 이곳을 방문하지 않으면 불안감이 생기는 소위 ‘블루미 증후군’을 앓는 여성들이 양산될 정도였다.
한때 ‘타임‘지가 ‘어른들을 위한 디즈니랜드’로 불렀던 이 백화점에는 확실히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와 신선한 자극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이곳에는 맨하탄의 어퍼 이스트에 사는 단골 뿐 아니라, 미 남부지역의 버스 투어단이나 해외 바이어까지도 시찰을 목적으로 자주 방문했다.
■ 뉴욕의 패션사와 맥을 같이 하다
사실 블루밍데일즈의 역사는 꽤 긴 편으로 알려진다. 1872년 뉴욕 출신의 조셉-라이먼 블루밍데일 형제가 의류전문점으로 문을 연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당시만 해도 상업 중심지는 다운타운으로, 이들이 가게를 연 59번가 일대는 원래 공장이 밀집하던 슬럼가였다. 하지만 때마침 센트럴팍이 조성되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상업의 중심지가 점차 미드타운 쪽으로 이동, 이를 계기로 블루밍데일즈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지금까지 이 백화점이 발전해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뉴욕의 패션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때는 싸구려 이미지 때문에 상품 제공을 꺼리던 유명 브랜드들이 남다른 판매력과 소비계층을 보유한 블루밍데일즈와 손잡으며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경기 악화를 견디지 못한 블루밍데일즈는 2005년 7월 ‘라이벌’ 메이시스에게 인수·합병되기에 이른다. 이는 곧 새로운 샤핑 트렌드의 도래를 의미했으나, 그 최대 피해자가 줄곧 유행을 선도해온 블루밍데일즈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메이시스의 인수와 함께 일련의 개혁 작업을 거친 이 백화점은, 현재 7층에 걸쳐 총 25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특화된 샤핑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