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방인

2014-05-0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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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의견

▶ 박수잔 / 서영화가

땅거미가 어스름하게 내려앉을 즈음 운전을 하며 도로를 가르고 가다보면 무언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쓸쓸함에 마음이 서늘해진다. 도로의 어둠을 스쳐 지나가며 여기가 어디인가? 난 왜 이곳에 있는가? 그렇게 반복하곤 한다.

그때마다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항상 든다. 처음 미국 땅에 와서 살고자 많은 것을 포기하며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환경을 위해서라고 확신하고 살아왔다. 한국에 살 때 수많은 인파가 싫었고, 밤 문화가 싫었고, 각박함이 싫어 떠나고 싶었다.

언젠가 한국의 동사무소에서 급한 서류를 떼기 위해 서둘러 갔다. 오전 9시에 문을 열자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서류를 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6명의 직원들이 출근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30분 이상을 기다려도 그들은 아무도 일을 않고 계속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마음이 급한 내가 항의하자 직원은 “10시부터 서류업무를 하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룰’이라고 했다.


난 그런 관료주의와 선진적이지 않은 공무원들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미국 땅으로 이사 오게 됐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좀 더 자연과 가깝게 있을 수 있고 덜 각박한 곳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롭고 고독한 면도 있다. 그렇게 고국을 떠나 온지 17년이 지나다 보니 미국에서도 이방인이라는 고독을 느끼게 되고 한국에서도 이방인이 된 듯하다. 그러나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은 이곳 미국.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리려면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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