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아 3만리
2014-04-24 (목) 12:00:00
남가주 같이 사시사철 따뜻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잘 못 느끼지만 북미주와 아시아, 유럽 등 북반구 대부분 지역은 매서운 겨울을 지내야 한다. 먹을 것도 없고 추운 이 시절을 견뎌내기 위해 동물들은 여러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중 하나가 겨울잠이다.
북극곰은 겨울이 시작되기 전 잔뜩 먹어 지방을 축적한다. 그리고는 겨울 내내 굴속에서 잠을 잔다. 온도가 내려가면 몸이 자동적으로 신진대사를 느리게 해 에너지 소모를 줄여준다. 그래도 겨울이 끝나면 곰의 체중은 25% 이상 줄어든다.
이런 겨울잠 현상은 곰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몸도 온도가 내려가면 비슷한 현상을 일으킨다. 그 뚜렷한 실례가 이번 주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에서 나왔다. 샌호세를 떠나 하와이에 도착한 하와이 항공 바퀴 틈에서 16살짜리 소년이 걸어 나온 것이다.
이 소년은 무려 5시간 반 동안 3만8,000피트 고도 비행에서 살아남았다. 이 정도 높이면 온도는 영하 40도(영하 40도는 섭씨와 화씨가 같다) 이하이고 산소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이 소년이 목숨을 부지한 것을 기적이라 부르며 비행 기간 겨울잠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잠 상태가 되면 체온이 낮아지고 신진대사가 느려져 산소도 별 필요 없게 된다. 또 타이어의 열이 어느 정도 주위를 따뜻하게 해줬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 67년 동안 105명이 이 소년과 같은 일을 감행했는데 그 중 살아남은 사람은 25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24%의 생존율인 셈이다. 2013년에는 나이지리아에서 10대 소년이 35분 비행을 견디고 살아남았으나 2012년 앙골라에서 런던으로 온 비행기에 탔던 20대 청년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2000년에는 20대 청년이 타히티에서 LA까지 7시간 반 비행을 견뎌내고 살아남았으나 도착하자마자 병원에 실려가 응급조치를 받은 덕에 가능했다. 이번 하와이에 내린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공항 타르막을 걸어 나와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바퀴 사이에 숨어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2012년에는 11살짜리 소년이 티켓 없이 영국 맨체스터 공항의 보안 검색대와 보딩 게이트를 통과해 로마행 비행기를 타고 가다 중간에 적발돼 되돌아 온 일이 있으며 1985년에는 10살과 13살짜리 소년이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의 검색대와 게이트를 통과해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도착했다 공항 경찰에 발견돼 역시 돌아왔다.
샌호세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로 온 소년은 소말리아에 있는 어머니를 보고 싶어 공항 펜스를 넘어 아무 비행기나 가까이 있는 것을 집어탔다고 하는데 10대 소년이 공항 펜스를 넘어 비행기에 탈 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것도 놀랍다. 공항 검색을 아무리 까다롭게 해도 테러리스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테러를 저지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어쨌거나 어머니를 만나겠다고 이런 모험을 감행해 살아남은 소년에게 소말리아까지 가는 항공편 정도는 마련해줘도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