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4-1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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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랑처럼
궁수는 눈이 멀었다

파란 불이 켜지면
따스한 백합의
흔적을 남기며
Saeta*의 노래가 날아간다.


달의 용골이
보랏빛을 구름을 뚫고 지나가고
화살 통은 이슬로 가득 차 오른다


아 하지만 사랑처럼
궁수는 눈이 멀었다

- Federico Lorca (1898·1936) ‘새벽이 오기 전에’ 전문, 임혜신 옮김


눈먼 자의 활쏘기 같은 것이 사랑인가 보다. 과녁을 향해 활을 당기는 궁수. Saeta라는 예배의 노래가 화살을 타고 나르며 허공에 향기로운 자취를 남긴다. 새벽이 오기 전, 보랏빛 달의 구름을 뚫고 날아가는 화살은 팽팽하다. 가장 시력이 좋아야 할 궁수는 아이러니하게도 눈먼 자이다. 그는 제6의 센스로 집중한다. 화살은 빠르게 연인의 가슴을 향해 날아간다. 과연 과녁을 맞출 수 있을까. 긴장이 고조되는 비애의 사랑, 독특하고 아름답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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