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이중간첩, 이중인격자, 이중생활... ‘이중’이라는 말이 붙으면, 좋은 뜻이 별로 없다. 그런데 세금에서는 안 그렇다. 미국 영주권자가 세무상 ‘이중 거주자’ 조건에 맞으면 좋을 수 있다. 만약 한국의 거주자로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미국에 내야하는 막대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함정과 부담도 따른다.
어느 나라 거주자인가가 중요한 것은 거주자(resident)와 비거주자(non-resident)에 따라 세금 보고 양식이나 공제 금액, 그리고 세금보고 대상이 되는 소득 등이 달라진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이 거주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양쪽에 모두 거주자가 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미국 세법에서는 영주권자는 미국 거주자로 본다. 시민권자와 같다. 그런데 한국은 영주권 여부에 관계없이 한국에 주소를 두는 등의 조건에 해당하면 한국 거주자로 본다. 따라서,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permanent home, vital interest center) 영주권자가 한국 세법상 한국 거주자로도 인정이 된다면 결국 그 사람은 한국의 거주자임과 동시에 미국의 거주자가 된다(26 CFR 301.7701(b)-7).
이렇게 한국 세법으로는 한국 거주자이고 미국 세법으로는 또 미국 거주자가 되는 ‘이중 거주자’가 갈 길은 두 나라가 맺은 조세 조약이다(한미 조세조약 3조와 4조). 만약, 조약 규정으로 따져봤을 때 한국 거주자로 판명이 되어 미국 세금보고에서 비거주자가 된다면 미국에 낼 세금을 많게는 수십만 달러 줄일 수 있다. 주세(state tax)에 가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문제는 이민법과의 충돌이다. 영주권자가 미국에 비거주자로써 세금보고를 하고 싶다면 IRS Form 8833(Treaty-Based Return Position Disclosure Under Section 7701(b))을 첨부하여야 하는데, 이는 이민법상으로는 영주권자 신분을 유지하면서 세법상으로는 영주권자로 보지 말라는 뜻이 된다. 즉, 좋은 것만 갖겠다는 생각인데, 미국이 이것을 좋아할 리 없다. 영주권 유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Form 8833은 달랑 반 장짜리 서류다. “나는 이중 거주자인데, 비거주자로 세금보고를 하고 싶다”에 표시를 하고 서명만 하면 된다. 절차는 아주 간단하지만 이것이 핵 미사일의 발사단추가 될 수 있음에 주의하여야 한다. 이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섹션 877과 877A를 충분히 공부한 뒤에 어떤 것이 본인과 가족 모두를 위해서 최선인지를 선택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세금에서도 ‘이중’이라는 말은 좋은 뜻이 아닐 수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