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드라인(Red Line)

2014-04-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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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가면서

▶ 강 신 용

술 중에 제일 좋은 술은 무엇인지 아세요? 쟈니 윤이 사회를 보면서 청중들에게 묻는다. 희귀하고 비싼 술들을 말하지만 대답을 맞추는 사람이 없다. 사회자가 정답은 ‘입술’이라고 엉뚱하게 말하자 한참동안 웃는다. 입술 중에도 빨간 립스틱 입술이 최고란다.

빨간색은 강렬하다. 빨간색 장미는 정열적인 사랑이고 유혹이기도 하다. 꽃 중에도 빨간 꽃이 유난히 많은 것은 생존을 위한 자연의 법칙인지도 모르겠다. 신호등과 STOP 사인도 빨간 색이다.

레드라인은 최후의 금지선을 의미한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전쟁에서 넘을 수 없는 최후의 마지노선을 레드라인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말로만 겁주고 행동은 보이지 않는 레드라인을 비굴한 금지선으로 만들었다. 전쟁터의 삶이 힘들고 어려운 국민들에게 립 서비스는 잘 했다.


크림반도를 보면서 한반도를 생각한다. 법은 멀고 주먹이 먼저라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철권에 가슴이 철렁한다. 미국 대통령의 립 서비스에 우리의 운명을 걱정한다. 50년 만에 이룩한 한반도의 기적이 푸틴 스타일로 점령된다면 우리의 형제자매는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세금보고에도 RED FLAG가 있다. 납세자와 국세청은 숨바꼭질을 한다. 납세자는 자신의 수입을 줄이고 숨기려 하고 국세청은 온갖 방법으로 추징하려고 한다. 세금보고를 대행하는 회계사는 감사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레드 플래그의 위험성을 누누이 강조한다. 말과 실제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일단 빨간 줄이 이름 밑에 쳐지면 두고두고 어렵다.

미국의 경제는 아직도 겨울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이 와중에 의료보험에 가입도 해야 한다. 마지막 신고일을 앞두고 세금보고 한 철을 다 보낸다. 무료 의료혜택을 받으면 오히려 더 걱정이란다.

정치인과 사기꾼은 사주팔자가 같다고 한다. 말로 먹고 말로 살고 말로 죽는다고 해서 하는 농담이다. 요즈음 현란한 말솜씨에 한껏 부풀었던 희망이 허망해졌다. 지표로만 좋은 경제가 체감으로 느낄 수가 없다. 본시 병원에는 아픈 사람이 오고 세금 낼 때는 손해라고 한다지만 온통 적자투성이다. 모두가 너무나 지쳐 있다.

부모는 벼랑 끝에 서있다.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살림살이 걱정하랴, 날뛰는 아이들 교육비에, 오바마 건강보험료 준비해야지 그리고 노후를 걱정하자니 사면이 갑갑하다. 세금이라도 적게 낼라치면 IRS 감사까지 걱정해야 하는 세금보고철이다.

편안히 사는 방법은 있다. 적당히 내려놓고 물같이 사는 거다. 혼자서 무거운 짐을 다 지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빨간 신호에는 쉬고 파란 불에 술술 넘어가는 거다. 레드라인이 앞길을 막으면 물같이 돌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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