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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담배를 왜 끊어야 하나?

2014-04-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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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비뇨기과 전문의>

오늘도 40대되는 환자 한분이 전립선을 체크하기 위해 우리 병원에 왔다. 첫 인터뷰를 하는 도중 그의 옷에 담뱃갑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대화의 방향을 담배에 관한 것으로 바꿔 나갔다. 왜냐하면 담배를 끊게 하는 일이 전립선 체크하는 일 못지않게 그의 건강에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담배를 피워 온지 20년쯤 되었고 가끔 기침을 하고 있었다. 약간 끓는 소리가 나는 기침으로 보아 담배에 의해 만성 기관지염을 이미 갖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그가 담배의 위험성을 깨닫게 하기위해 담배로 인해 병들어 죽어간 주위 사람들을 예를 들며 “사람이 살아가는데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사는 길이요, 다른 하나는 죽음의 길입니다. 당신은 지금 죽음의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라며 설명에 들어갔다.


나는 왜 담배를 끊어야 되는지 7가지 이유를 메모지에 써 가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1.폐암에 잘 걸림: 나의 고등학교 친구 하나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그토록 말렸지만 결국 폐암이 퍼져 젊은 나이에 죽었으며 항상 담배를 물고 있던 나의 이태리 친구 또한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 외 흡연하는 많은 환자들이 폐암으로 폐 절제수술을 하고 항암요법으로 치료 받으면서 고생하고 있다.

2. 심장마비에 잘 걸림: 담배를 피우면 관상동맥 혈관이 수축되어 심장마비가 잘 걸려 생명을 잃음. 내가 잘 아는 이탈리아 사람 삼형제를 환자에게 소개했다. 제일 큰형과 막내인 셋째는 담배를 피웠고 둘째는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러나 큰형은 파킹장에서 차를 타기위해 차문을 열다가 심장마비로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막내동생은 그 후 2년 후에 폐암으로 생명을 잃었다.

3. 만성폐질환으로 호흡곤란: 담배로 말미암아 기관지염, 만성폐질환으로 나이가 들면 많은 사람들이 만성폐쇄성폐병에 걸려 핏속에 산소가 부족하여 고생하고 심하면 산소통을 달고 다녀야 함.

4.산소부족: 담배 연기 속에 일산화 탄소개스(연탄가스)가 많아 흡연을 하게 되면 헤모글로빈에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가 붙어있어 신체 각 조직이 자기의 기능을 하는데 필요한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특히 뇌 세포는 몸의 어떤 조직보다도 산소에 민감하기 때문에 뇌세포 속에 산소가 부족하여 집중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짐

5.발기부전: 역시 발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피가 통해야 되는데 담배를 피우므로 발기에 필요한 혈관이 수축되어 발기에 지장을 줌.

6.버거씨병(Buerger’s disease): 40대의 비교적 젊은 사람들에게 흔히 생기는 병으로 담배를 많이 피워 생기는 병이다. 주로 팔과 다리에 있는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혈관이 두꺼워지고 좁아져 결국 피가 통하지 못해 팔 다리를 잃을 수 있는 무서운 병으로 담배를 끊는 것만이 이 병의 진전을 막는 방법이다.

7. 방광암에 잘 걸림: 담배는 방광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방광암 환자의 99%는 오랫동안 담배를 많이 피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의 방광암 환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환자는 18세 여학생이었는데 12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담배연기의 위험성 이야기해 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당신은 죽음의 길을 택하고 있군요." 하는 내 말을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 아주 관심 있게 들을 뿐 아니라 만일 환자의 부인이 함께 나의 조언을 들을 땐 쾌재를 부르기도 한다.

이때 “그 담배 나에게 줘요."하고 환자에게 말하면 대부분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담배를 나에게 건네준다. 어떤 사람은 호주머니에 없고 차안에 담배를 보관하고 있다며 차에 가서까지 담배를 꺼내 나에게 갖다 주기도 한다.
담배는 중독이라기보다는 습관이다. 중요한 것은 `담배를 끊으려는 마음의 결심’이다.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껌이나 사탕을 입에 물고 담배피우는 습관과 싸워 이겨야 한다.

2주일쯤 후에 전립선 진료를 받기위해 다시 병원에 온 환자와 보호자는 킥킥거리며 내 앞에서 웃어댄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들에게 묻는다. “왜 이유 없이 그렇게 웃고 있습니까?" 하니 “저 담배 끊었습니다" 하면서 겸연쩍게 웃었다. 아마도 내가 담배 끊었느냐고 물어 주기를 기다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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