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날이 그날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남가주의 한 주부가 지난 28일의 예기치 못한 ‘충격’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금요일 밤 9시9분, 주말을 맞아 모두가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던 시간에 ‘충격’은 벼락처럼 찾아 들었다. 진도 5.1. 진앙은 오렌지카운티의 라하브라.
한인들 많이 사는 풀러튼과 불과 몇 마일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그날 밤 놀란 가슴 쓸어내린 한인들이 유난히 많았다. “금요일 밤에 괜찮았어요?”가 지난 며칠 한인들 사이에 인사가 되었다. 물리적 정신적 충격에 오래도록 잊지 못할 밤을 보낸 한인들이 많이 있다.
풀러튼에 사는 40대 회사원에게 그날 밤은 온 식구가 차안에서 벌벌 떨며 보낸 밤이었다. 한국에서 온지 5년 되는 그 가족이 지진의 충격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갑자기 엄청난 흔들림과 함께 냉장고가 움직이고 가재도구들이 넘어지며 아수라장이 되자 부부는 본능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나서도 계속 여진이 와서 흔들흔들 하자 도저히 불안해서 집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 데리고 차 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역시 풀러튼에 사는 50대 남성은 지진이 무섭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1994년 노스리지 지진(진도 6.7) 때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충격을 덜 느꼈는데 이번에 가까이서 지진이 발생하자 충격이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
집이 우지끈 하면서 옷장, 서랍장 등 가구들이 앞으로 넘어지며 부서지고 유리로 된 장식품들은 모조리 바닥으로 떨어져 깨어지고 집안 곳곳의 벽면에 금이 갔다. 어디선가 개스 파이프가 깨졌는지 집 주변에서 개스 냄새가 나고, 수도 파이프가 터져 물이 콸콸 쏟아지고 헬리콥터 소리, 소방차 소리가 밤새 끊이지 않는데, 전쟁터가 따로 없더라고 했다.
집에서 지진을 맞은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극장이나 식당, 마켓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대피하느라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풀러튼의 한 사우나에서는 욕탕에 있다가 지진으로 놀란 사람들이 한꺼번에 탈의실로 몰려 서로 먼저 옷을 꺼내려다 치고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일종의 패닉 현상이었다.
최근 지진이 너무 잦아졌다. 2주전 LA 인근 엔시노에서 진도 4.4의 지진이 발생하더니 이번 5.1 지진 후에는 거의 175번의 여진이 있었다. 남가주에서 진도 5를 넘는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한동안 잊고 있던 지진 공포심이 되살아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평 아닌 불평을 한다. 세상 모든 것이 흔들려도 꿈쩍 않는 것이 땅인데 땅이 어떻게 이렇게 흔들린다는 말인가.
정말 그럴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땅은 항상 흔들리고 있다. 지진이 없는 날이 없다. 예를 들어 진도 2 이하의 지진은 지구상에서 매일 8,000번 정도 일어난다. 느끼지 못할 뿐이다. 진도 2.0-2.9 지진은 하루에 1,000번. 진동이 약간 느껴지는 3.0-3.9 지진은 연간 4만 9,000번. 이번 지진과 비슷한 5.0-5.9 지진은 연간 800번 정도.
문제는 ‘빅 원’이다. 남가주 샌안드레아스 지진대는 150년 주기로 대지진이 발생하는데 그 마지막 ‘빅 원’이 1857년에 일어났었다. ‘빅 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