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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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일원 가볼만한 곳 완전정복/ 플라자호텔

2014-03-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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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그랑스 르네상스풍 디자인

▶ 그들만의 리그 지키는 단단한 성벽

뉴욕 호텔 중 단 두 개 뿐인 국가 사적지
전세계 부호들 뉴욕에 오면 반드시 들려
비틀즈 등 셀러브리티 통해 더욱 유명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일본 버블경제 파급효과

5번가 샤핑거리를 거닐어 올라가다 이윽고 센트럴 팍의 입구에 다다른다. 동서남북으로 길이 마주치는 가운데, 사람이나 차 모두 왕래하는 속도도 한층 더 빨라진다. 그 길의 양옆으로는 정육면체 형태를 띤 건물이 자리한다. 그 길 오른편의 유리 정육면체 건물이 애플 스토어, 왼편이 뉴욕을 대표하는 고급 호텔 ‘플라자 호텔Plaza Hotel’이다.

■ 르네상스풍 디자인이 두드러진 5번가의 랜드마크
어쩐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건물이 단단한 내구성을 드러내는 듯하다. 화려한 프랑스 르네상스풍 디자인은 물론, 화강암이 둘러싼 외벽은 ‘그들만의 리그’를 지키는 단단한 성벽처럼 느껴진다. 뉴욕, 아니 전 세계를 대표하는 부호들이 뉴욕에 오면 반드시 들르는 이 호텔은, ‘뉴욕의 호텔 중 단 두 개 뿐인 국가사적지(나머지 하나는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로도 지정되어 있어 의미가 크다.


1,250만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1907년 10월에 오픈한 이 호텔은 20층, 76m 높이를 자랑한다. 정면 입구에 자리한 그랜드 아미 플라자Grand Army Plaza, 그러니까 남북전쟁기 연합군을 기념하는 작은 광장 옆에 헨리 하덴버그의 디자인으로 완공되었다. 그것은 옛 프랑스 르네상스풍 성의 재연이자, 5번가 샤핑거리의 랜드마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텔의 초기 숙박비는 고급이란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염가였다. 당시 1박에 2.50달러. 이 금액은 현시세로 대략 60달러 수준이었다.

■ 셀러브리티를 통해 더욱 유명해지다
사실 이 호텔이 유명세를 탄 데는 대부호들의 방문에 더해 비틀즈의 숙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JFK 공항의 환대를 통해 공항 이름을 대내외에 널리 알린 이들은 그 투어 기간 중 플라자호텔에 숙박했다. 이 때 숙박객을 가장한 소녀 팬들의 출입을 막고자 전 직원이 몇날 며칠을 퇴근 없이 근무했다는 에피소드는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이에 더해 1985년 9월의 플라자 합의는 이 호텔의 이름은 경제사에도 남기게 된다. 이 때 호텔에 모인 G8 재무장관들의 모임에서 합의된 사항이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낳은 것이다. 특히 이 시기 엔의 가격을 두 배 가까이 (반강제로) 올리게 된 일본은 버블이 터지며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이 호텔은 소유권의 잦은 변경으로도 큰 화제를 모아왔다. 1943년 힐튼호텔의 창업주인 콘래드 힐튼(TV 셀러브리티 패리스 힐튼의 할아버지)에 의해 740만 달러에 팔렸으나, 이후 1988년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이 건물을 4억 달러에 구입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뉴욕타임스』에 ‘나는 건물을 산 것이 아니라, 모나리자 같은 걸작을 샀다’고 자부하던 그는, 부동산 버블을 타고 신흥 부자의 최일선에 서게 되었다.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서 케빈이 묵던 호텔이 이곳으로, 당시 이 영화 속 호텔 장면에 트럼프가 직접 등장한 것도 다 이러한 연유 때문이었다.

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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