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디한 디자인.화려함’ 티파니와 자웅 겨루다
철도 재벌 헨리 허팅턴의 아내 아라벨라의 보석 컬렉션 매입하며 시작
마릴린 먼로의 노래.로렌 와이즈버그의 소설. 우디 앨런의 영화 등에도 등장
1949년 보석 중의 왕 ‘호프 다이아몬드’ 수집 스미스소니언 협회 기증
■ 다양한 작품에도 등장한 웨스트의 윈스턴티파니의 길 건너편에 고급 보석점이 하나 자리한다. 이름하여 ‘해리 윈스턴(Harry Winston)’.
미국을 대표하는 보석업자 해리 윈스턴이 1932년 문을 연 이곳은, 그동안 트렌디한 세공 디자인과 다양한 제품군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혹자는 이러한 라이벌 관계를 빗대, ‘웨스트의 윈스턴, 이스트의 티파니’라 부른다.
철도 재벌 헨리 허팅턴의 아내 아라벨라의 보석 컬렉션을 매입하며 시작된 윈스턴의 보석 제국은 이미 수많은 작품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 마릴린 먼로의 노래 <다이아몬드야말로 여성들에게 최고의 친구(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를 비롯해 로렌 와이즈버그의 소설 ‘해리 윈스턴을 쫓아라(Chasing Harry Winston)’, 우디 앨런의 영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Everyone Says I Love You)’ 등에도 등장하며 낯이 익다. 그 수는 마찬가지로 수많은 작품에 등장한 티파니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다이아몬드의 제왕’ 윈스턴
이 중에서도 ‘어퍼 이스트의 펜트하우스에 사는 상류층 가족의 연애사를 그린’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는 ‘우디 앨런의 첫 뮤지컬 영화’로서 의의가 크다. 극은 라디오 DJ인 아버지의 나레이션을 통해 딸의 연애사를 이야기하면서 전개된다.
딸인 스카일러(드류 배리모어 분)에게 청혼하고자 남자친구 홀든(에드워드 노튼 분)은 5번가의 해리 윈스턴에 간다. 이곳에서 예쁜 반지를 보고 있는 동안, 홀든이 1932년 곡 ‘그대는 나만 바라 봐(My Baby Just Cares For Me)’를 부르며 점원역의 댄서에 뒤섞여 춤추는 장면이 그 화려함을 더한다.
창업주 윈스턴은 1949년 ‘보석 중의 왕’으로 불리는 ‘호프 다이아몬드’를 수집해, 이를 1958년 스미스소니언 협회에 기증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이 다이아몬드를 소유했던 이들은 이리에 잡아먹히거나 정신질환, 고문, 자살 등으로 생을 마감한 저주를 겪게 되었다.
하지만 그 고난을 유일하게 피한 이가 생전 윈스턴이었다. 어쩌면 호프 다이아몬드도 한 시기 ‘다이아몬드의 제왕’이라 불리던 윈스턴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