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혜로운 칭찬

2014-03-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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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유림 / 사회복지학 박사

10여년 전 출판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은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책이 아니다. 범고래 훈련 과정에서 조련사의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할 만큼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강조되고 있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칭찬하고 어떻게 춤추게 할 것인가.

무엇보다 결과나 능력 자체가 아닌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쉽게 하는 칭찬을 생각해보자. “어쩜 넌 이렇게 똑똑하니” “넌 진짜 머리가 좋구나” “이번 성적표엔 A가 많네. 잘했다” 이러한 칭찬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가? 이런 칭찬은 부모가 기대했던 수준의 결과가 나타났을 때 혹은 아이가 갖고 있는 능력 자체를 칭찬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는 바로 이 칭찬의 역효과에 주목한다. 이렇게 결과나 타고난 재능을 칭찬하면 아이는 오히려 그런 주변의 기대를 강박으로 느끼고 다음부터 그에 부응하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실제로 이후 기대했던 수준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심한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아이가 결과를 얻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과정을 칭찬하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 그런 칭찬을 받으면 아이는 ‘노력하면 능력이 나아질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실제로도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 실험으로 입증되기도 하였다.

비록 결과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기울인 노력에 대해서 부모가 알고 있고, 그것을 인정한다는 것을 표현해주면 아이들은 기뻐한다. “몸이 아파서 힘들었을 텐데도 네가 최선을 다해서 시험을 봤다니 참 기특하다. 고맙다”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구나” “동생이 네 책을 찢어서 속상했을 텐데 잘 참아주어서 내 마음이 기쁘다”와 같은 칭찬이 노력과 과정을 칭찬해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상담 중 부모들이 하는 이야기는 매우 비슷하다. “제가 크면서 칭찬을 받은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칭찬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굳이 말 하지 않아도 내 맘 알겠죠 뭐” “칭찬을 하고는 싶은데 막상 아이 얼굴을 보니 입이 간지러워서 도저히 못 하겠더라구요”

맞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칭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부모의 지혜로운 칭찬은 꼭 필요하다. 지혜로운 칭찬은 인정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인정받으며 자라는 것은 긍정적인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처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몇 번 하다보면 칭찬을 하는 것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잘해내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을 먼저 돌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오면 숨을 돌리고 쉬고 싶은데 돌보아야 하는 아이들이 있고,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집안일이 눈에 들어오고, 일이 끝이 없는데 심지어 아이들을 올바로 칭찬까지 해 주라니. 과연 가능할까.

이럴 때 나를 돌보는 일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기쁨을 느끼고 힘이 생기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혼자 조용히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면 에너지가 생기기도 하고, 운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나면 에너지가 생기기도 한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들을 발견하고 가끔 그 활동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힘을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의 마음이 평안하고 기뻐야 아이들에게도 칭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창문이 열려 있어야 맑은 공기가 들어올 수 있다. 내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놓아 우리 아이들에게 신선한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애쓰는 부모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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