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환>
미국은 전 세계의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고 독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미국보다 더 젊은 나라들이 수두룩하지만 미국 같은 나라나 미국처럼 성공한 나라는 없다. 미국의 흉내를 내는 나라는 많지만 미국의 장점과 강점을 두루 갖추고 있는 나라는 인류 역사상 있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모순되는 것들과 문제들도 엄청나게 많아서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축복받은 나라’로 계속 남아 있을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유태인들과 기독교인들 중 보수 성향을 가진 교인들은 하느님이 ‘선택된 유대인들’에게 가나안땅을 주셨음으로 구약 때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들과 이슬람 교인들과의 영구적 분쟁은 숙명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미국이란 나라가 생겨나고 나라로써 틀이 잡혀가고 국제관계에서 미국의 역할이 커 오다가 앞으로는 전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열쇠까지 쥐게 된 것도 숙명적인 듯도 하다.
원주민들로부터 땅을 ‘강탈’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미국의 역사를 더러 ‘manifest destiny’라는 표현을 써서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미국의 짧은 역사를 훑어보면 미국국민들이 원하고 단결해서 이루어 놓은 것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중간 중간에는 미국국민의 열망과는 전혀 상관없이 국제관계가 변해서 미국이 그 변화에 적응한 것뿐인데 결과적으로 미국이 큰 덕을 보게 되는 억세게 운이 좋은 나라였던 것을 알게도 된다.
영국, 불란서, 스페인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던 탓에 미국의 독립이 가능해 졌으며 불란서가 오랜 영국과의 전쟁으로 지쳐있고 왕정을 종식시킨 혁명과 그 소용돌이 속에서 나폴레옹의 독재집권으로 국내정치가 극도로 혼란해진 틈에 미국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Louisiana Territory’를 불란서로부터 사들여 그야말로 하룻밤사이에 국토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엄청난 횡재도 있었다. 이런 일들은 ‘미국의 역사적인 숙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원주민들의 천부적인 자산을 ‘약탈’을 했던지 구입’을 했던지 간에 미국은 엄청난 자원을 가지고 있고 또 그 자원을 최대로 개발한 나라이다. 러시아나 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을 제외하고 비슷한 자원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진국에 머물고 있는 캐나다나 아직도 미개발국인 브라질과는 좋은 대조가 되는 나라이다. 천부의 자원을 가진데다가 미국은 적시에 출중한 정치지도자들이 나타난 축복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처럼 ‘산업화시대’‘민주화시대’로 구차하게 구분해 가면서 잘못한 일들을 변명하기에 급급했던 나라가 아니고 산업개발도 비교적 민주적으로 해 와서 경제적으로 세계제일의 부유국이 되었고 정치적으로도 세계의 모범적인 민주주의나라가 된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증명해준 나라이다.
산업재벌들은 때로는 무자비한 방법들을 주저하지 않고 쓰기도 했었지만 타고난 재능들을 발휘해서 이 기회의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만들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축재를 한 이 거부들은 죄책감을 벗어나기 위해서 역시 세계 최고의 자선사업으로 축재한 재산들의 상당한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였다.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딴 마음을 품을 기회를 주지 않고 잘 감독해온 미국의 언론들과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족보얘기들을 할 때에 시조가 신통치 않았으면 나중에 나온 자랑할 만한 인물을 내세워 ‘중시조’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미국은 중시조격인 청교도들을 시조인 것처럼 흔히 말하지만 실은 그들보다 훨씬 전에 온 개척민들이 있었다. 청교도들이 반전제주의 사상을 가지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서 미대륙으로 건너왔고 그런 생각들이 미국의 정치철학의 기초가 되었던 까닭에 청교도들을 “시조”로 입양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럽 열강들이 Empire of Greed and Domination을 국시로 삼고 있던 시대에 미국의 Founding Fathers는 ‘Empire of Liberty’를 국시로 삼았었으며 지금도 미국사람들은 미국이 World of Liberty 를 위해서 정의의 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모순덩어리의 나라이기도 하다. 종교의 자유를 위해 조국 영국을 떠나 화란을 거쳐서 매사추세츠 주의 플리머스에 정착한 청교도들은 막상 자기네들이 통치하기 시작하자 하루에 두 번씩 교회에 나가서 예배드리지 않는 사람들은 잡아다 형무소에 보내는 철권정치를 서슴지 않았으며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는 늙은 할머니들을 “마귀” 라고 붙잡아다가 불태워 죽인 ‘Salem Witch Hunt ‘같은 끔찍한 일들도 기독교의 이름으로 저질렀고 온 세계 구석까지 다 쫓아다니며 남의 나라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전쟁까지 마다하지 않는 나라가 인류역사상 없었던 노예제도를 경제개발의 원동력으로 삼았었으며 지금도 인종차별과 인권유린이 건재하고 있다.
세계최초로 ‘국가주권’을 중앙정부에 양도하지 않은 채 아직까지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열세 개의 주국(州國)들이 “국제연맹”식으로 나라를 만들어 놓고는 강력한 중앙정부는 독재와 낭비를 하게 된다는 우려 끝에 연방헌법에는 Federal 이나 National이라는 용어는 고의적으로 한자도 넣지 않았고 그런 까닭에 지금까지 매년 국회에서 발표하는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State of the Nation’ 이라고 부르지 않고 ‘State of the Union’이라고 부르며 지금도 대통령 선거 때마다 ‘small government’ ‘power to the state’가 큰 선거이슈가 되어서 어떤 때는 곧 다시 남북전쟁이나 동서 전쟁이 나고 말 것 같은 언쟁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국가위기를 당하면 잡다했던 이해관계들을 다 접어두고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서 세계 최대의 강국이 되어 버리는 얼른 이해하기 힘든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사람들은 어느 정치지도자의 지도에 따라 행동한 다기 보다는 거의 생리적이고 본능적으로 필요할 때에는 단결을 잘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중립적인 견해를 가지고 미국이 위태위태한 순간들을 잘 견뎌내고 잘못된 일들은 자정해 나온 미국의 역사를 읽다보면 어느새 자신이 찬미주의자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