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03-13 (목) 12:00:00
살다보면 명확한 것보다 불분명하게 흘러가는 게 더 많다
그렇다, 마치 안개 낀 날처럼
삶이란한 손의 고등어처럼 손으로 잡을 수도
토막을 낼 수도 없는데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연기 같은 것들
숨통을 틀어막고서는,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섬진강에 와서야 나는
저 안개의 진의(眞儀)를 조금 알 듯도 하다
그래 때론 모호한 것이
늪처럼 존재하던 것들이
더 튼튼한 뼈대를 세우고 기둥을 만들고
저렇듯 강 같은 집을 짓게 한다
물은 말하고 있다
저 컴컴한 안개를 퍼 올리며 앞으로 가라고
표지판 없이도 잘 나는 한 마리 물총새가 되라고
허벅지를 철석철석 때리면서
새벽 세시의 섬진강이 내게 말하고 있다
-김은경( 1976-) ‘안개 낀 강’ 전문
산다는 것은 모호한 일이다. 유행가처럼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이것이다 싶어 움켜잡고 보면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것.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다. 새벽 세시, 안개를 피워 올리는 섬진강 가에서 화자는 모호함을 받아들일 때 삶은 보다 편안해진다는 것을 배운다. 표지판 없이도 잘 날아가는 새들, 검은 안개를 피워 올리며 유유히 흐르는 강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