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호 복종’의 경제

2014-03-1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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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훈 건축가·목사

인간이 생겨난 후로 지속되어 온 행위 중에 경제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이것은 더 긴요한 생존수단이며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제도이기도 하다. 금세기 들어 세계는 더욱 가까워지고 경제적 상호교류를 통하여 인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이렇게 복잡해진 인간의 경제활동을 규명하고 서로 공통된 현상과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노력이 경제학이다. 이런 학문적 성취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여 정책을 만들고 경제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실로 오늘날 경제는 누구에게나 영향을 주며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다.

그런데 오래 전 인간의 경제활동을 좀 다른 차원에서 정의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존 칼빈(1509-1564)이다. 그는 제네바를 중심으로 프랑스(현재는 스위스)의 종교개혁을 주도한 위대한 신학자이며 목회자였다. 장로교의 창시자로도 알려진 그는 인간(특히 기독교인)의 바람직한 경제 활동을 ‘상호 복종 행위’로 보았다.


즉 내가 먼저 타인의 필요에 복종함으로써 그 대가를 받고 그리고 나서 그것을 사용하여 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원리를 말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타인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요구에 복종하고 그것으로 얻은 대가, 즉 돈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과정을 통하여 타인도 나의 요구에 복종하게 된다.

따라서 남에게 복종함 없이 소비만 하는 것은 결국 타인에게 일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아주 불공평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칼빈이 제시한 이런 경제 원리를 따르지 않고 자기의 필요를 충당하기 위하여 타인의 복종만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잣대로 보면 이들이 유능하고 성공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사회와 국가에 폐를 끼치는 염치없는 인간일 뿐이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다.

누구나 죄악시 하는 절도 행위를 비롯하여 사기, 횡령, 투기, 독점행위, 가격 담합 등 법으로 금지하는 일뿐 아니라 고리 대금업, 폭리, 환차익 추구, 주식 데이 트레이딩, 복권구매, 암표 상인 등도 이런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한때 한국서 성행하던 아파트 분양권 전매행위가 불법은 아니더라도 건전한 경제활동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뿐 아니라 수고에 비하여 과다한 수익을 올리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 그리고 자격과 능력이 부족한데도 어떤 연줄로 인해 고액 보수의 직위를 누리는 사람들도 문제다. 자기는 타인을 위하여 지극히 작은 복종만하고 너무 많은 타인의 복종을 향유하는 것은 이기주의나 기회주의에 편승한 사회악이 아닐까.

아무리 남들이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일에 종사한다 하여도 이렇게 ‘상호 복종 행위’를 무시하고 불공평하게 이룬 부는 존경 받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이나 물가 상승을 경제학자들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현상도 그 바탕에는 자기의 필요한 수요는 유지하면서 본인은 남을 위하여 아무런 공급의 의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 경제 구조는 매우 유기적이어서 내게 주어진 생산 의무를 행하지 않고 소비만 한다면 결국 그 대가를 타인이 치르게 된다. 예수가 준 교훈 중에 “너희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구절과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라고 한 경고성 말씀은 단순한 윤리적 의미를 넘어 현대의 경제 원리에도 적용해야 할 귀한 가르침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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