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유혹이 손짓하는 곳
▶ 뉴욕의 화려함 상징하는 세계서 가장 비싼도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로 알려진 뉴욕의 ‘5번가 샤핑거리(Fifth Avenue)’. 흔히 미드타운내 5애비뉴를 통칭하는 이 거리는 어느새 뉴욕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길 좌우로 자리한 고급 브랜드샵은 방문객들의 눈길을 한시도 떼기 어렵게 만든다. 버그도프 굿맨, 삭스 핍스 애비뉴 같은 백화점부터 루이비통, 티파니, 프라다, 구치, 카르티에 같은 명품 브랜드까지 쇼핑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화려함에 대한 기대와 욕망이 자리한 땅
물론 뉴욕에는 이러한 농담도 존재한다. ‘가장 뉴욕다운 거리로 꼽히는 5번가가, 실은 가장 뉴요커들이 가기 어려운 곳’이라는 것. 비싼 물가로 팍팍하게 생활하는 뉴요커들에게 화려한 5번가 쇼핑거리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 이 거리에서 양손 가득 샤핑백을 들고 기분 좋게 거니는 이들은 하나 같이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번가 샤핑거리는 뉴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화려함에 대한 기대와 욕망, 그러나 그 욕망을 그리는 이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좌절과 아쉬움, 그 속에 담기 최고와 최저 생활자의 간극은 도시가 지닌 자화상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몰개성이란 파고에 직면하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미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일궈낸다. 이른바 ‘황금시대의 도래’였다. 사회에 넘쳐나는 자본을 통해 미국의 얼굴은 전례 없는 형태로 달라진다. 1864년부터 69년까지 ‘당대 최고의 벼락부자’ 알렉산더 스튜어트가 35번가 5애비뉴(현 ESB 맞은 편, 듀안 리드 자리)에 대리석의 호저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부를 과시할 목적으로 당시 유럽에서 비싸게 사들인 회화와 장식품으로 내부를 화려하게 꾸몄는데, 바로 이것이 현재 5번가의 화려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원형이 되었다.
이후 1896년 벤자민 알트먼이 스튜어트의 호저를 헐고 그 위에 최초의 상업시설을 세웠다. 다름 아닌 알트먼 백화점으로, 당시 이 건물은 일대 지역을 전부 다 차지할 만큼 대규모를 자랑했다. 그리고 1908년 당초 좁은 길이 크게 확장되었다. 지역 개발에 따라 늘어난 교통량과 통행인 수로 그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현재 5번가 샤핑거리는 대개 34~59번가 일대를 가리킨다.
하지만 다운타운의 소호처럼 이 일대 역시도 최근 들어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SPA 브랜드의 대거 난입에 따른 것이다. 전통적으로 고급 브랜드가 자리하던 샤핑거리가 저렴한 대중 브랜드의 격전지가 되어버렸다. 그러한 새로운 몰개성의 파고를 향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는 이 거리에 새로운 숙제를 남긴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