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4-03-06 (목) 12:00:00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도
영하 이십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도 영상 십삼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황지우 (1952- )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전문
봄이 오면 저절로 나무에 물이 올라 마른나무가 꽃나무 되는 듯 보이지만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 땅에 뿌리 내리고 척박한 환경을 거부하며 온몸으로 겨울을 살아낸 결과인 것이다. 우연히 푸른 나무가 된 나무는 없었고 편안하게만 살고 간 아름다운 사람도 없었다. 시인은 말한다. 고통스럽지만 역동적인 저항의 힘이 푸른 세상을 만든다는 것을.
-임혜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