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오는 9일부터 일광절약 시간제, 즉 서머타임이 시작된다. 서머타임 개시로 가장 즉각적인 영향을 느끼는 사람들은 수면장애자들. 평소 가뜩이나 잠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이들에게 신체리듬 상 1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일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수면장애가 없는 사람들이더라도 시간과 신체리듬 간에 균형을 잡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사이버 상에서 빈둥대는 ‘사이버로핑’(cyberloafing)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날이 서머타임 시행 다음날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날 밤 수면 부족이 일터에서의 집중력 부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무튼 서머타임의 시작은 가뜩이나 잠 못 이루는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로 다가온다.
현재 미국 성인인구의 3분의1이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잠자는 시간이 하루 6시간 이하인 사람들을 ‘숏슬리퍼’라고 부르는데 1975년부터 2006년 사이에 숏슬리퍼가 무려 22%나 늘었다. 이처럼 숏슬리퍼들이 급증하고 있는 데는 디지털 기기의 확산과 날로 치열해 지는 경쟁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잠 못 들어 고통 받는 미국인들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수면제와 수면용품, 그리고 치료 등 수면관련 산업도 급팽창해 연간 규모가 200억달러를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면(sleep)과 경제(economy)라는 단어를 합성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잠은 이처럼 경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신종 수면산업이 아니라 불면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다. 지난 달 센딜 뮬러네이선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잠을 좀 더 자자. 그리고 GDP를 깨우자’라는 제목의 기고를 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미국인들이 잠을 충분히 잘수록 경제는 활성화 될 것이라는 게 뮬러네이션 교수의 주장이다. 호주에서 발표된 한 연구는 수면부족으로 인한 호주의 국내총생산, 즉 GDP 감소가 0.8%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수면이 생산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수면부족에 따른 생산성 손실이 600억달러가 넘는다는 추산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수면실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는 구글과 나이키 같은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수면부족이 초래하는 또 하나의 심각한 사회적 결과는 졸음운전과 이로 인한 사고들이다. 연방질병통제국이 실시한 ‘당신은 지난달에 졸면서 운전한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에서 25명 중 1명꼴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교통전문가들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교통사고 가운데 15~33%가 졸음운전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뮬러네이선 교수는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하는 다양한 신년다짐들 가운데 ‘올해는 잠을 좀 더 자자’는 다짐을 찾아보기 힘든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잠을 잘 자는 것이야 말로 다이어트에서부터 운동, 금연 등 다른 다짐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이런 다짐을 할 것을 조언한다.
잠을 잘 자면 개인의 건강이 좋아지고 생산성도 올라간다. 그러니 잠을 좀 더 많이 자 GDP를 올리자는 뮬러네이선 교수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애국주의가 넘쳐나는 국가라면 ‘숙면이 곧 애국’이라는 구호까지 등장할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