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정치, 철새 정치

2014-03-0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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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는 한국 정치는 물론 세계 정치사적으로 봐도 특이한 인물이다. 통일민주당 공천을 받아 안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1990년 3당 합당으로 민자당 의원이 됐다. 그 후 민자당이 신한국당이 되면서 신한국당 의원이 됐고 대통령 경선에서 패한 뒤에는 뛰쳐나가 국민신당을 차렸다.

그 후 김대중의 새정치 국민회의로 당적을 변경하더니 새천년 민주당으로 이름이 바뀐 당에서 또 대통령 경선에서 패하자 뛰쳐나가 자민련과 국민 중심당을 거친 후 다시 새천년 민주당으로 돌아왔으나 또 대선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다. 그리고는 민주당과 대통합 민주신당이 합당한 통합 민주당에 가입하지만 공천에 탈락하자 또 뛰쳐나가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자유 선진당에 입당, 당명을 선진 통일당으로 개명하고 새누리당과 합당했다. 새누리의 전신 신한국당을 탈당한 지 15년만에 복귀한 셈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수많은 당을 전전한 예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당의 김한길도 이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인물이다. 김대중의 새정치 국민회의에 발을 디딘 후 새천년 민주당, 열린 우리당, 중도개혁 통합신당, 대통합 민주신당, 민주통합당, 민주당까지 왔다. 이제 안철수와 손을 잡고 새 당을 만들겠다고 하니 명함을 한 번 더 바꿔야 할 판이다.


안철수와 손을 잡고 새 정치를 해보겠다던 윤여준도 만만치 않다. 민정당의 전두환 비서부터 민자당 노태우 비서, 신한국당 김영삼 비서를 거쳐 새누리당 이회창 정무 특보를 역임하더니 안철수가 뜨자 ‘안철수의 멘토’를 자처했다. 안철수가 “그런 멘토는 수백 명 있다”고 한 마디 하자 민주 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국민통합 추진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다 문재인이 떨어진 후에는 다시 안철수와 같은 길을 가겠다며 새정치 연합 공동위원장이 됐다.

그러나 그가 열심히 신당 추진 작업을 하는 사이 안철수는 그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몰래 김한길과 만나 양당 통합에 합의했다. 윤여준은 나중에야 이를 전해 듣고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느냐. 어이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가 신당을 만든다고 해 원래 몸담고 있던 민주당을 탈당한 사람들은 다시 돌아가게 생겼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안철수와 윤여준은 민주당과의 연대는 결코 없다며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겠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 했다. 그런데도 안철수는 연대를 넘어 합당을 선언하고는 미안한 기색도 사죄의 말도 없다. 이런 것이 안철수의 새 정치인 모양이다.

이번 합당은 신당 창당이 지지부진한 안철수와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김한길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전형적인 헌 정치의 산물이다. 이제부터는 안철수도, 안철수를 따라다니는 인물들도 새정치 대신 시류에 따라 자리를 바꾸는 철새 정치인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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