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양에 자녀를 데리고 가다니…

2014-02-2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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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태격 / 사업가

인생을 오륙십 살다보니 꼭 좌판을 깔고 복채를 받는 직업적 점술인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예견 또는 예상하였던 일이 맞아 떨어질 때가 있다. 제 3자가 볼 때는 그냥 우연이거나 오비이락(烏飛梨落)일 수 있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기도 또는 기원의 강력한 기(氣)가 전달되어 이루어졌다고 자부할 수도 있다.

2011년 바로 이 즈음이다. 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불기 시작한 아랍세계의 민주화 운동이 이집트까지 몰아쳐 급기야 2월11일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 30년 지속되어왔던 독재정권을 붕괴 시켰다.

당시 필자는 그 열기가, 그 운동이, 그 무드가 중동에서 지구를 반회전 하여 북한 땅까지 불어올 것을 기원하면서 “민주화 열풍아! 북한까지 불어다오 … 다음은 김정일 네 차례다”라는 취지의 범퍼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하였었다. 그로부터 10개월도 되지 않아 그는 저승사자에 끌려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2개월이 경과되었다. 지난 16일은 김정일이 태어난 지 73년이 된 날이다. 소위 73회 광명성절이었다.

그가 국방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북한을 통치한 시대도 아버지 김일성처럼 인민을 탄압하고 남쪽 대한민국을 끊임없이 긴장국면으로 몰고 갔다. 오랜 세월 부친 밑에서 훈련받은 덕분인지 또는 그의 통치기간 17년 가운데 10년 간 남쪽도 ‘민주 진보’세력들이 통치하고 있어 많은 ‘통치자금’이 남쪽으로부터 흘러들어갔던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그는 전쟁국면까지는 몰고 가지 않았었다.

그와 비교하면 김씨 왕조 3대 김정은은 한마디로 천방지축, 안하무인 그 자체이다. 핵이라는 불을 가지고 노는가하면, 고모부까지 총살처형 시키는 잔학무도한 인간성의 소유자임이 입증되었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보면 대한민국의 위치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조금은 위에서 볼 수 있어 조금은 자유로운 입장이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다른 나라들과 또는 다른 정책과 비교하는 안목도 생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어 한인사회를 분열시키고 조국 대한민국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일단의 뉴욕, 뉴저지 한인들이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평양을 찾았다고 한다. 일부는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자녀까지 데리고 갔다고 한다.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김씨 왕조 3대를 신으로 믿는 맹신자임에 틀림없다.

이미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은 사조에 함몰된 결과이자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사상적 멍에를 씌우는 우를 범하는 행동이다.

자녀를 데리고 평양에 갈 시간이 있으면 ‘황금의 제국-신라( Silla: Korea’s Golden Kingdom A.D.400-800)’전시가 진행 중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찾아 조상들의 찬란한 문화를 관람하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분명 자녀들은 한국인임에 커다란 긍지를 느낄 것이다. 큐레이터가 설명을 잘해 준다면 자녀들로부터 감동의 탄성을 들을지 모른다. 필자도 그러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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