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리 없이, 드러내지 않고, 굳은 믿음으로, 소외된 이들의 손 맞잡는…

2014-02-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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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약교회 정광준 권사의 ‘아나니아를 흠모하는 삶’

▶ “온 가족이 하나되어 하나님을 믿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죠”

소리 없이, 드러내지 않고, 굳은 믿음으로, 소외된 이들의 손 맞잡는…

정광준 권사가 캄보디아 선교현장을 찾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그 때에 다메섹에 아나니아라 하는 제자가 있더니’ 사도행전 9장은 아나니아의 정체성을 ‘제자’라고 밝히고 있다. 아나니아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크게 존경하는 사도 바울의 첫 친구이자 최초의 동역자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던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처벌하던 고위급 ‘크리스천 사냥꾼’이었다. 그가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다메섹까지 기독교인들을 추적하던 길에 그리스도를 만나고 눈이 멀게 된다. 그때 하나님의 지시를 받아 바울에게 안수하고 시력을 회복시킨 사람이 바로 아나니아다.

성경에서 바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신약 가운데 사도행전은 바울의 사역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고린도서, 빌립보서 등 성경에 실린 그의 서신서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수행했던 12제자보다 바울은 더 큰 영향력을 보여 준다. 그러나 처음에 그는 ‘왕따’였다.

“바울이 예수님을 만나고 새 사람이 됐지만 아무도 그와 상종하려고 들지 않았습니다. 그가 이전에 악행을 일삼고 악명을 떨쳤기 때문에 모두 그를 피하려 했죠. 그의 회심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던 겁니다. 하지만 아나니아는 바울이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됐을 때 제일 가까이 있던 동료였습니다.”


언약교회 정광준 권사는 아나니아를 흠모한다. 바울과 비교하면 아나니아가 성경에 나오는 장면은 아주 적다. 바울이 새 눈을 갖게 되는 때가 전부다. 그러나 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토록 큰일을 한 바울이 바로 아나니아의 안수를 받아 눈을 뜨게 됐기 때문이다.

“아나니아는 유명하지도 않고 성경에 많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성경은 그가 경건한 사람으로 존경을 받는 제자라고 분명하게 못 박고 있어요. 더 이상 훌륭한 칭찬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런 역사적인 순간에 하나님께서 결정적으로 쓰신 거라고 믿습니다.”

정 권사는 아나니아처럼 기독교인의 길을 걸어가길 소망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고, 소리 나지 않지만, 간절하게 도움이 필요하고, 가장 소외된 사람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정 권사가 뻗친 도움의 손길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정 권사는 중국, 캄보디아로 5년씩 단기선교를 가고, 연합감리교의 뜨레스디아스(TD) 국장으로 영성 수련에 앞장서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보다 그를 더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춥고 배고플 때 그가 나눈 사랑이다. 자동차를 몰다가도 자녀와 갈 곳이 없다는 여인들의 사연을 방송으로 듣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무더위에 푹푹 찌는 선교회에 방마다 에어컨을 달아주고, 페이먼트를 못내 발을 동동 구를 때도 기꺼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턴다.

정 권사가 부자는 아니다. 30년간 비즈니스를 하면서 돈도 많이 벌어봤지만 지금 그는 묘지 마련과 장례 일정을 돕는 세일즈맨이다.

“돈을 많이 벌 때는 늘 그럴 줄 알죠. ‘잘 나가는 게 정말 내 인생에 좋은 것일까’ 되돌아 봐야 하는 시간이더라고요. 돈은 많이 못 벌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고맙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인생을 사니 제가 감사할 뿐이죠. 아나니아는 매일 하나님과 대화하던 사람이잖아요. 지금도 교회에는 그런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남모르게 좋은 일 하는 분들 많습니다.”


정 권사는 ‘온 가족이 하나님을 믿는 것보다 큰 복은 없다’고 말했다. 집안에 믿음의 갈등이 없는 게 행복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진실한 기독교인의 삶을 살다 소천한 동생 그리고 한때 함께 살던 처제의 신실한 모습이 그를 바꾸고 집안을 믿음의 가정으로 변화시켰다.

“추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입니다. 바울에게는 아나니아가 그랬죠. 내가 외롭고 배고플 때 나를 돕는 친구가 예수님입니다. 정말 부족하지만 그 길을 따라가려 발버둥 칠뿐 입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walkingwit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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