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고 한다. 이미 16~17세 때 쯤에는 성인 프로리그로부터 러브 콜을 받기 시작했다.
인종차별이 심한 편이다. 때문에 한국인은 좀처럼 유명인사가 되기 힘들다. 그 벽을 뚫고 제법 인기가 있었다. 축구의 나라, 그 아르헨티나에서 축구선수로서 아주 뛰어난 실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성인 프로리그에서도 아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무렵 아버지의 생각은 달라졌다고 했다. 떠나온 조국이다. 그렇지만 아들이 기왕이면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러나 너무 실망이 컸다는 게 아버지의 이야기다. 소질이 있다고 찾아오는 선수가 하나둘이 아니다. 아무나 태극마크를 다는 게 아니다. 관계자들은 이런 식으로 빈정거릴 뿐 테스트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
아무 연줄도 없이 무턱대고 아들을 한국에 데려갔다가 축구 선수로서 중요한 시기에 괜히 허송세월만 하게 했다는 게 아버지의 한탄이다. 아들은 뒤늦게 미국으로 진로를 바꾸어 신생 프로 클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다고 했다.
안현수 선수 이야기로 시끄럽다. 이미 세계 정상에 섰던 선수다. 그런 그가 한(恨)을 품고 조국을 등졌다. 그리고 3년 후 금메달리스트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러시아 대표선수로서.
왜 그가 한국을 등졌나. 아니, 그보다도 무엇이 그를 러시아로 내몰았는가. 금메달 획득과 함께 러시아국기를 들고 빙판에 입을 맞추고 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방영되면서 확산되고 있는 질문이다.
대통령도 한 마디 했다. 외국 언론도 거들었다. 그 와중에서 불거진 말들은 ‘왕따’니, ‘파벌’이니, ‘깊어진 갈등의 골’이니 하는 것들이다. 한국 빙상계의 파벌싸움, 그 추한 모습이 말 그대로 만천하, 전 세계에 드러난 것이다.
그 낯 뜨거운 상황을 맞아 새삼 한 가지 경구가 떠올려진다. “문(文)을 숭상하면 풍부해진다. 무(武)를 추구하면 강해진다. 그러나 벌(閥)을 좇으면 망한다.”조선조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 선생이 한 말이었던가. 그 말이 예언처럼 새삼 들리는 것이다. ‘쇼트트랙 강국’이라던 한국이 받아 든 초라한 성적표가 어른거리면서.
진노에 찬 대통령의 한 마디에 빙상계 비리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가 치러질 모양이다. 그게 그런데 단지 빙상계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파벌주의가 아예 체질화 돼 있다. 조직을 사유화하는 것쯤은 예사다. 빙상계 뿐이 아니다. 이런 폐단은 체육계 전반에, 더 나가 한국 사회 전체에 뿌리내려 이제는 고질이 된 병폐로 보여 져 하는 말이다.
어찌됐든 ‘제 2의 안현수’가 태어나서는 안 된다. 평창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는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