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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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일원 가볼만한 곳 완전정복/ 시그램 빌딩

2014-02-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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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도남의 시크한 매력. 모더니즘 건축의 진수

▶ ‘기능주의자 미의식’ 가장 부합한 사례 첫 손 꼽혀

1932년 필립 존슨.헨리 러셀 히치콕 정의한 국제양식 구현
외부장식 철저히 배제시킨 ‘오픈형 구조’ 지녀
‘성냥갑처럼 몰개성’한 뉴욕의 건축 세태 꼬집어

MoMA를 나와 53번가 5애비뉴 방면으로 조금 걸어가면, 미드타운의 모더니즘을 제대로 구현한 검은색의 유리 빌딩과 조우하게 된다(파크 애비뉴 위치). 157m, 38층에 이르는 높이와 일말의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떨어진 라인. 차가운 도시 남자의 시크한 매력처럼 디자인된 이 빌딩에서 우리는 반세기 전 유행한 모더니즘 건축법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기능주의 미의식의 결정판을 그리다
이름하여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 이전 캐나다 주류회사인 시그램의 본사로 이용된 이 건물은,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며 ‘기능주의자들이 추구한 미의식’에 가장 부합한 사례로 첫 손에 꼽히고 있다.


1932년 필립 존슨과 헨리 러셀 히치콕이 정의한 국제 양식을 구현한 이 빌딩은, 사실 건물 외부적으로 명확하게 노출되는 ‘오픈형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건물이 가진 기본 구조나 기능성에 중점을 두며, 포멀한 느낌을 주는 장식을 철저히 배제시킨다. 이는 그 어떤 외부 장식보다 내부 이용자들과의 조화에 큰 의미를 둔 것이다.

당초 이 빌딩의 공동 제작자인 필립 존슨과 미스 반 데 로에는 스틸 프레임만으로 건물을 완성시키길 원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건축 규범은 불완전한 철근 구조의 보강과 화제 대책을 위해 콘크리트 마감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들은 ‘비건축용 동은 I-형강으로’ 대체하며, 건축이 견지해야 할 가시성과 치밀한 비례성만큼은 결코 잃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 외관은 가시성을 극대화하는 글라스 소재로 뒤덮고, 외부 장식을 철저히 배제했다.

대신 이들은 내부 장식에 석회암, 대리석 같은 값비싼 소재를 더하며 ‘성냥갑처럼 몰개성한’ 뉴욕의 건축 세태를 꼬집었다. 완공까지 무려 1,500여 톤의 동이 사용된 이 빌딩은, 당시 건립된 고층 빌딩 가운데 최고액의 건설비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특히 수많은 비평가들에 의해 ‘전후 뉴욕의 마천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물’로 호평 받은 가운데, 존슨은 이곳에 개인 사무실까지 두며 커다란 미적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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