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4-02-1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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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를 돌아 쿠스코 난장에서 께냐 하나를 샀다
안데스 음악을 좋아하는 그를 위한 선물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살아서 함께 부르는 노래가 많을수록
죽은 후에도 잊히지 않는다는 걸 아는 듯
사랑하는 사람의 정강이뼈로 만들었다는
잉카의 전설을 익히 아는 그가 밤마다 께냐를 불었다
… 중략 …
바람 속 먼지처럼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구멍마다 흘러나와 어깨를 도닥여주는 노랫말
괜찮아 다 괜찮아 영혼을 위무하는 피리소리

한 생을 달려간다 해도 다시 못 볼 그 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야 탄생하는 악기
오늘, 살아서 불어주는 그대의 케냐


-김인자(1955-) ‘께냐’ 일부


그 누가 처음으로 께냐를 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뼈로 만들었다는 전설의 피리. 죽음이 없었다면 바람도 없었을 것이라는 누군가의 시구는 께냐에 가장 적합한 말인 것 같다. 죽은 연인의 정강이뼈 속에서 흘러나오는 위무의 피리 소리보다 더 애절한 노래가 있을까. 지금은 대나무나 플라스틱 혹은 찰흙으로도 케냐를 만든다고 하니 전설만 남은 평범한 피리지만 살아서 괜찮다, 괜찮다 불러주는 그 소리 또한 고적하고도 사랑스럽겠다.

-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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