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성.새로움 추구하는 모던 아트 거점
▶ 1929년 1월부터 대대적인 오픈 캠페인 펼쳐
단 84점의 작품만 소장한 작은 미술관으로 개관
초대관장 ‘알프레드 바’독일 바우하우스서 영향
사진.디자인.건축 등 새로운 장르 눈돌려
17만점 이르는 방대하고 알찬 컬렉션 현대미술 역사 창조
‘세계 예술의 본고장’ 뉴욕에서 모던 아트의 거점이라 불리며, 전통적인 예술 인식에 끊임없이 도전해온 미술관이 있다. 미드타운 53번가의 고층 건물 사이에 오롯이 자리한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이다. ‘도회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이토록 부합한 곳이 또 있을까’ 감탄하게 만드는 이곳은, 소위 ‘모마’란 애칭으로 불리며 뉴요커, 나아가 전 세계 미술 팬들에게 큰사랑을 받고 있다.
■참신한 실험과 도전정신
1928년 미술수집가로 유명한 릴리 블리스가 이집트 여행 중, 실업가 록펠러 주니어의 아내 애비 라커펠러, 미술 교사 출신의 메리 설리번과 만나 ‘전위 미술을 소개하는 미술관을 뉴욕에 만들자’고 결의한 데서 MoMA 설립 아이디어는 출발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29년 1월부터 대대적인 오픈 캠페인을 펼쳐 ‘단 84점의 작품만을 소장한 작은 미술관으로’ 5 애비뉴의 한 빌딩에서 문을 열었다.
이러한 현대 예술의 기본적인 흐름은 초대 관장으로 활약한 알프레드 바에게서 기인한바가 컸다. 약관 27세로 초대 관장에 취임한 그는 19세기 회화를 비롯해, 20세기 영화와 사진, 음악, 건축, 공예 디자인 등을 폭넓게 다루며 종합적인 관점으로 예술을 해석했다.
그는 당시 세계 예술계의 정점으로 평가받던 ‘독일의 조형학교’ 바우하우스를 방문해, 다양한 장르를 폭넓게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의 충격적인 체험은 이후 MoMA의 발전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초대 관장 바의 거시적인 안목과 다양한 시스템이 도입된 경위로 인해, MoMA는 다른 어떤 미술관보다 앞서 사진-디자인-건축 등의 새로운 장르로 눈을 돌렸다.
■생활 속의 예술을 실천하다
MoMA는 개관 75주년을 맞이한 2004년 11월, 기존 공간을 100% 리뉴얼 한 형태로 재개관하기에 이른다. 2002년 봄에 열린 「게르하르트 리히터전」을 마지막으로 작품들을 뉴욕 퀸즈에 위치한 ‘모마 PS1’으로 옮기고, 10억 달러 규모의 전면 공사를 실시했다.
사실 1929년 개관이래 크고 작은 개-보수 작업은 있어왔지만, 이처럼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건 사상 처음이기도 했다. 도쿄국립박물관 호류지(法隆寺)관의 디자인을 총괄한 다니구치 요시오는 당시 유행하던 화려한 장식의 디자인을 피하고 특유의 절제미를 담은 심플함을 선보인다.
그동안 MoMA는 약 17만점에 이르는 방대하고 알찬 컬렉션을 통해 모던 아트의 역사를 만들어옴과 동시에, 7만 명이 넘는 아티스트의 파일 관리를 통해 젊고 유망한 예술가들의 육성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특히 1988년에는 ‘예술가가 컬렉션으로부터 직접 작품을 선택해 전시하는’ 「예술가의 선택전」을 마련했고, 2000년에는 ‘컨템포러리아트의 거점’ 퀸즈 P.S. 1과의 합병을 통해 신진 작가들의 발굴과 소개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을 통해 MoMA는 다양성과 새로움을 기반으로 흔들림 없는 명성(예술적 가치)을 유지할 수 있었고, 뉴욕이라는 예술 도시의 일대 거점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예술이 생활과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다’는 기본 명제를 몸소 실천한 MoMA는, 이렇게 새로운 미술과 전시 형태를 우리에게 끊임없이 제시해주고 있다. <이수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