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적선의 미학

2014-02-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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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가면서

▶ 강 신 용

교황의 트위터 팔로워가 1,000만명!! 데뷔한지 1년도 채 안 되는 77세의 신임 교황의 인기가 하늘에 닿았다. 뿐만 아니라 타임지는 그를 201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의 인기만큼이나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시다.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와 가장 낮은 곳에서 임하시는 그의 사랑이 우리 모두에게 팔로워들처럼 사랑의 빛을 보낸다.

그의 신선한 변화는 고정관념과 부딪치기도 한다. 우리도 경험했다. 대통령 각하의 왕권 같은 모습이 소박한 이웃집 아저씨처럼 가슴에 다가올 때 우리는 행복했다. 하나님의 큰 종이 거지들과 같이 앉아 빵을 먹는 그 곳에서 사람의 냄새가, 인간의 사랑이 흐르기 때문에 우리는 열광한다. 현대에도 과거처럼 변함없는 잣대도 있다. 권위와 허구의 가면을 벗어 놓고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갈 때 따뜻한 눈길이 열린다.

미국은 놀자판 천국이다. 오늘날 엔터테이너들은 젊은이의 우상이기도 하다. 오락이라는 게 쉴 때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통틀어 말한다. 세계에서 트위터 독자수 1위는 벗고 노래하고 춤추는 ‘가가’라는 미국 여자가수라고 한다.


한국인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유튜브에서 본 사람들이 1억명이 넘었다. 죽자 사자 일해서 번 돈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구경하며 즐기는 오락비용으로 미국사람들은 연 수입의 5% 정도를 지출한다고 한다.

놀기도 기부도 잘 하는 것이 현대판이다. 기부와 봉사는 미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이다. 미국인은 GDP의 2%를 기부하고 이탈리안은 겨우 0.1%만 기부한다. 세계 1위 부자,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은 기부금에는 아주 인색하다고 한다.

2위는 미국인 빌 게이츠이다. 그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재벌회장으로 보다 선하고 착한 사람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세계 질병과 가난 퇴치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

부자들이여, 재산의 반은 기부합시다. 세계 4위 부자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자기보다 25살이나 어린 빌 게이트 부부에게 자신의 기부금까지 관리를 부탁했다.

500만달러를 기부한 선배가 있다. 그녀는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80이 되도록 독신으로 살고 있다. 살아생전에 재산을 유증으로 남기고 있다. 주변에서 섭섭해 하는 친지가 있지만 한국의 과학 발전을 위하여 카이스트 대학교에 기부했다. 몇 년 전에는 류근철 박사가 580억원을 카이스트 대학교에 기증하시고 돌아가셨다. 최근에는 82세의 김동길 교수님도 자신의 모든 재산을 연세대학교에 기증할 뜻을 비치셨다.

검소한 삶으로 일군 재산들이다. 류 박사는 생전에 8평 남짓한 기숙사에 살면서 무료로 진료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김동길 교수는 일년에 한 번씩 200여명이나 모시고 ‘누드냉면’을 대접한다고 한다. 동치미 국물에 냉면이 목욕하니 누드냉면이라고 한다. 뚱뚱한 할머니 선배도 점심으로 순두부가 최고란다. 자신에게는 엄격한 분들이시다. 구세군 종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주머니를 뒤진다. 적선의 문화가 한국에서도 되살아나고 있다.

“얼씨구 씨구 들어가안다아”라는 장타령이 있다. 각설이들이 흥겨운 타령을 하면서 집집마다 다니며 밥 동냥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옛말에 선을 베푼 집안에는 틀림없이 나중에 경사가 있다고 했다. 비록 지금은 거지처럼 살아도 세월이 지나 출세하는 날이 오면 당신에게 입은 은혜를 갚는 날이 온다. 그러니 지금 밥 한술이라도 선행하기를 권하는 각설이 타령은 잘 나갈 때 베풀라고 노래한다.

적선은 사람의 가슴에 저금을 들어놓는 것이다. 십일조는 재물로 하는 적선이라면 마음으로 배려하고 고통을 들어주는 것, 화를 참고 용서하는 것은 정신적인 적선이다. 적선은 상대의 마음속에 호감을 갖도록 투자하는 것이다. 또한 부자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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